<조혜정의 시네마 테크>하트의 전쟁

전쟁은 그 자체의 비극성, 스펙터클과 영웅담, 국제정치의 술수와 음모, 그리고 극한 상황속에서의 용기와 휴머니즘 등으로 영화의 단골 메뉴다.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미국영화 ‘하트의 전쟁(Hart’s War)’ 역시 전쟁(2차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45년 독일의 연합군 포로수용소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 내용으로 한다. 그러다보니 대규모의 전투장면이나 액션신은 없다. 대신 포로수용소라는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군상의 관계를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그 관계가 촉발되는 매개체의 위치에 수용소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배치한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미군(연합군)과 독일군, 백인과 흑인, 베테랑 야전군인과 실전경험 없는 행정병 사이에 갈등과 긴장이 형성된다.

 ‘하트의 전쟁’에는 주요 긴장을 형성하고 있는 세 인물이 있는데 하트 중위(콜린 파렐)와 맥나마라 대령(브루스 윌리스), 그리고 독일군 수용소장 피셔가 그들이다. 하트는 예일대 법대를 다녔고 의원인 아버지의 후광으로 행정업무만 맡아온 팔자편한 군인이고, 맥나마라는 야전에서 뼈가 굵은 백전노장이며 군인가문 출신이다. 맥나마라가 보기에 하트는 순진한 어린애에 불과하다.

 맥나마라와 하트의 관계는 계급(가문이나 성장배경)과 경험의 차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사건에 대한 맥나마라의 의도와 하트의 방향이 어긋나면서 긴장을 형성한다. 맥나마라는 하트에게 수용소 내의 미군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흑인장교에 대한 변호를 맡긴다.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려 하면서 비로소 하트의 전쟁은 시작된다.

 여기에 비해 하트와 수용소장의 관계는 우호적이다. 미군과 독일군이라는 적대적인 위치에 있지만 수용소장은 하트와 마찬가지로 예일대 법대를 다닌 인텔리겐치아고 재즈를 즐길 줄 아는 세련된 취향의 인물이다. 맥나마라와 하트를 분리시켰던 계급의 차이가 하트와 피셔의 관계에 있어서는 우호적인 동질감으로 작용한다. 장 르누아르 감독의 ‘위대한 환상’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맥나마라와 피셔는 수용소 내의 실질적인 파워맨이라는 점에서 유사하고 또 그 점에서 대립한다. 미군의 구심점 맥나마라는 결국 군인으로서의 사표와 희생정신을 발현하는 인물로서 영화 속 영웅담의 주인공이라는 측면에서 도덕적 우위를 쟁취한다.

 영화는 (신분)계급과 군인으로서의 위치, 그리고 아군과 적군이라는 갈등 또는 대립요소를 다루고 있지만 라스트에서의 이데올로기적으로 매우 의도된 반전으로 그 힘을 떨어뜨린다. 살인사건으로 표출된 인종갈등은 영화를 사려깊게 끌어갈 저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애국주의와 영웅주의에 의한 섣부른 봉합으로 퇴색됐다.

 <영화평론가, 수원대 교수 chohyej@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