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같은 영상미를 자랑하는 토종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가 ‘미디어-시티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2002(SIAF) 국제공모전’에서 장편애니메이션부문 그랑프리와 관객상을 차지했다.
‘마리이야기’는 지난 1월 언론의 뜨거운 관심속에 개봉됐으나 기대에 비해 크게 미흡한 관객동원 실적을 나타냈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창작영역을 넓혔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번 공모전에서 관람객이 뽑은 최고의 영화인 ‘관객상’을 수상해 애니메이션에 대한 국내 영화팬들의 인식부족에 따른 흥행실패를 어느정도 만회했다.
이 작품은 채색, 캐릭터, 원화, 동화, 3D배경, 2D배경, 특수효과 등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2D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특징이다. 그리고 잿빛을 기조로 해 파스텔톤에 음영을 덧입힌 환상적인 색채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빛의 향연을 연출했다는 평을 받았다.
‘마리이야기’의 이성강 감독은 수상소감으로 “첫번째 장편작품을 맡아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차기작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단편애니메이션 부문에는 일본 키요시 니시모토 감독의 ‘웃는 달’이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6분짜리 단편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퍼즐의 다양한 조합으로 연출한 아이디어가 높게 평가를 받았다. 최우수상과 특별상은 캐나다 폴 드리센 감독의 ‘빙산을 본 소년’과 프랑스 래티시아 가브리엘리 감독의 ‘소녀와 바다’가 각각 수상했다.
공익광고, 상업광고, 뮤직비디오를 대상으로 열린 커미션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신승훈의 신곡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의 뮤직비디오로 사용된 점토애니메이션인 이혜승 감독의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 헤어져도 사랑할 수 있잖아’가 수상했다. 점토인형을 이용해 초당 30프레임씩 500여개의 표정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60∼70년대 남녀 학생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밖에 플래시 및 웹애니메이션 작품을 출품한 인터넷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아파트 재개발 단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을 다룬 신주식 감독의 ‘하루’가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또한 네티즌들의 투표로 선정된 네티즌상에는 최영규 감독의 ‘오베이비’가 총 유효투표 5562표 가운데 1053표를 획득해 ‘하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오베이비’는 깨끗한 자연의 나라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벌레가 모이고 급기야는 벌레들간에 생존경쟁이 펼쳐진다는 내용의 3D 웹애니메이션이다.
또 13∼18세의 청소년들이 감독한 작품을 대상으로 열린 청소년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노르웨이의 아니타 킬리 감독의 ‘가시덩굴’이 최우수상을, 그리고 프랑스 투갈 비로도 감독의 ‘등대호텔’이 각각 최우수상과 특별상을 받았다.
작품 상영후 관람객들의 투표로 결정한 관객상에는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가 장편부문을, 단편부문은 김준기 감독의 ‘등대지기’, 커미션부문은 핀란드의 리나 하이티아 감독의 ‘장관님은 못말려’가 수상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