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인치 모니터 시장을 접수하라.’
올들어 PC 모니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17인치 박막트랜지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시장을 놓고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디스, 대만 AUO의 ‘3파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17인치 모니터용 TFT LCD 시장은 ‘원조’인 삼성전자의 독주가 지속돼 왔다. 삼성은 최대 경쟁사이자 세계 최대 모니터용 TFT LCD 제조업체인 LG필립스LCD의 주력인 18인치 제품을 겨냥해 17인치 TFT LCD를 ‘대타’로 기용한 것이 ‘빅 히트’로 이어진 덕분이다.
삼성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것은 TFT LCD 시장에서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한 대만의 주공격수 AUO. 이 회사는 신주(新竹) 소재 제5공장을 17인치 라인으로 모두 전환하며 삼성 추격에 불을 당겼다. AUO는 이달 17인치 패널 출하량이 20만대를 돌파하며 16만∼17만개 수준인 삼성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반격도 만만찮다. 세계 최대 TFT LCD 제조업체인 삼성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17인치 제품 생산에 집중, AUO의 선두 질주는 오래가지 않을 듯하다. 삼성은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판단,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15인치 제품의 비중을 줄여 17인치 제품 시장 사수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과 AUO에 도전하는 하이디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현재 하이디스의 17인치 TFT LCD 모듈 출하량은 월 8만∼9만개선. 하이디스는 그러나 모니터시장의 ‘실세’인 17인치 제품에 주력하기 위해 오는 8월부터 15인치 시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17인치 제품 생산량을 현 삼성 수준인 16만대선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삼성·AUO·하이디스로 이어지는 17인치 모니터용 TFT LCD 시장 ‘빅3’ 구조의 최대 변수는 LG필립스LCD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로 5세대 라인 가동을 코앞에 둔 LG필립스LCD가 그동안 고수해 왔던 18인치 시장에서 탈피, 17인치 시장 진출을 위한 물밑 준비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LG필립스LCD는 특히 전체 모니터시장에서 만큼은 삼성을 앞서고 있어 향후 모니터용 TFT LCD의 풀라인업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실세인 17인치 시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LG필립스LCD는 이에 따라 5세대 라인이 ‘정상궤도(램프업)’가 되는 올 하반기에 맞춰 17인치 모델을 전격 출시한다는 전략아래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18인치 제품에 비해 개당 50∼60달러의 가격차를 보이는 17인치 TFT LCD가 당분간 모니터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한국·대만의 LCD업체간 시장쟁탈전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다른 모니터용 LCD 시장 구도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디스플레이서치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전체 모니터용 TFT LCD 시장은 약 3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중 17인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국과 대만 LCD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17인치 쪽으로 생산구조를 빠르게 전환, 17인치 제품의 비중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