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동통신-미디어업체 제휴 열기 배경

 ‘스파이더 맨’의 생생한 영화화면은 물론 디즈니의 예쁜 캐릭터, 타이거 우즈의 라운딩, 심지어 월드컵 주요 경기장면까지 전세계에서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 화면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등이 최근 음성 위주의 2세대(G)서비스에서 음성과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는 2.5G 및 3G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시작한 데 자극받아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이통업체들도 올해 안에 2.5G 서비스를 본격화한다.

 이를 계기로 2000년부터 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통신업계가 오랜 불황터널을 탈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황금어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미국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 이통서비스 업체는 물론 휴대폰, 미디어(콘텐츠)업체간 전략적 제휴가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제휴현황=미국 이통 관련업계의 전략적 제휴는 미디어와 이통서비스, 또 미디어와 휴대폰업체간으로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이통서비스 업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제휴를 살펴보면 AT&T와이어리스와 스프린트PCS가 최근 미국과 일본에 진출해 있는 디즈니와 잇따라 협력관계를 맺어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AT&T와이어리스는 ‘i모드’ 서비스로 유명한 일본 NTT도코모가 투자하고 있어 앞으로 도코모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싱귤러와이어리스도 컬럼비아영화사를 소유하고 있는 일본 소니와 손잡는 등 맞불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또 미국 5위 이통업체인 보이스스트림도 세계 최대 미디어회사 AOL타임워너를 끌어들이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휴대폰업계에서도 1위 업체 노키아가 미국을 대표하는 폭스와 유니버설영화사와 각각 손잡았고, 일본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이 합작한 소니에릭슨도 소니의 자체 콘텐츠를 100% 활용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세계 최대 음악콘텐츠업체인 비방디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장규모=이들이 합종연횡을 진행하는 이유는 엄청난 시장 잠재성 때문. 미국 이통 가입자수는 약 1억3000만명. 이 가운데 약 2100만명이 휴대폰으로 게임 등 데이터통신을 즐기고 있다. 오는 2005년 미국의 데이터통신 가입자수는 무려 93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데이터통신 관련시장이 초고속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데이터모니터는 올해 약 2억1500만달러 규모인 미국 데이터통신 시장이 앞으로 4년 동안 매년 430%씩 확대돼 오는 2005년 11억4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존전략=가트너그룹 애널리스트 P J 맥닐리 등 전문가들은 미국 이동통신업체에 전략적 제휴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급부상하는 황금어장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이통서비스 업체들로서는 앞으로 이동 전자상거래(m커머스)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휴대폰업체들도 단말기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사 휴대폰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진과 게임, 영화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미디어업체들도 자신의 제품(콘텐츠)을 홍보해줄 협력 파트너가 절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의 전망 및 숙제=전문가들은 미국 이통업계가 2.5G 및 3G 서비스에 성공하면 2000년부터 IT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전세계 통신업계가 불황터널을 탈출할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발표해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이통업체들이 막대한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것 외에도 데이터통신분야에서 확실한 수익모델을 마련하는 등 선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맥닐리는 지적하고 있다.

 미국 이통업체들이 데이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기대할 수 있는 수수료는 월 1∼5달러 정도다. 이 가운데 콘텐츠업체들의 손에 떨어지는 수입은 고작 10∼20%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가 앞으로 신규 사업에 쏟아부어야 할 막대한 투자규모와 비교하면 이 정도 수입으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