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6차 WSC총회 무엇이 논의되나

 16일 미국 뉴포트비치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는 제6차 세계반도체협의회(WSC) 총회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겪은 반도체업계가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 기지개를 켜는 시점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WSC는 세계 반도체업체 수장들이 대거 참석하는 등 명실공히 세계 반도체기구로 불려와 총회 의제 논의와 공동문 채택여부에 비상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는 각국 대표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인 만큼 WSC 총회를 통해 시장회복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도출을 기대하고 있으나 각국의 첨예한 입장차이와 시장논리로 인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총회의 의제로 채택된 반덤핑문제와 환경문제, 중국과 대만의 관계 설정문제 등은 각국간의 견해차이가 뚜렷해 실마리를 찾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번 총회에서는 또 지난해 반덤핑문제로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였던 미국과 한국이 화해의 무드를 조성할 수 있을지의 여부와 EU의 환경규제 기준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풀어나갈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총회는 15일(현지시각) 하부기관인 JSTC의 사전 실무협의를 거쳐 16일 참석자들의 공동성명서 채택으로 폐막될 예정이다. 주요 의제들을 살펴본다.

 ◇반덤핑문제=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나고시에서 열렸던 제5차 총회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유럽연합(EU) 업체들이 WTO 뉴라운드 출범 등 환경이 성숙된 만큼 반덤핑문제를 WSC의 공식 의제로 채택하자는 주장이었다. 이에따라 지난해 9월 JSTC에서는 이를 의제로 채택하고 이번 총회에 공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미국이 마지 못해 수락했다는 점에서 설전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NEC·도시바 등 D램시장 철수를 진행중인 일본업체들이 삼성전자·하이닉스 등을 상대로 반덤핑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다 철회한 사례가 있어 이번 회의에서 일본업체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또 후발 진입한 아시아권 업체들의 견제장치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 후발 아시아권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환경문제=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의제로 채택된 환경문제는 과불화탄소(PFC)의 방출량 감축, 납 사용규제, 전력절감문제가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한국과 대만업체들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결론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화화물 사용문제는 대체물질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 환경청 등이 강력하게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선진국들이 후발업체의 진입을 가로막기 위한 무역장벽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주장도 펴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U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납을 사용한 전기전자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오는 2006년부터 시행할 것으로 밝힐 예정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또 WSC가 PFC를 2010년까지 95년을 기준으로 해 10% 이상 감축하는 방안과 이산화탄소(CO₂) 축소를 위해 화력발전을 줄이자는 안도 격론이 예상된다.

 ◇앙숙관계 화해에 촉각=이번 회의의 또다른 관심사는 지난해 총회에서 감정대립까지 보였던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대만과 중국업체들이 화해무드를 조성할 수 있겠느냐의 여부다.

 마이크론은 당시 우리 정부가 하이닉스의 회사채를 인수, 간접지원했다며 통상압력을 넣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WTO 제소를 운운했다. 그러나 최근 결렬되긴 했지만 지난해말부터 양사가 협상을 진행했던 관계(?)가 있어 이번 회의때는 감정대립이 아닌 다른 형태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번 의제에 채택된 대만의 정회원 자격인정과 중국을 회원사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찬반투표다. 이 문제는 각국간 이해당사자간 입장차가 너무 커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WSC가 1중국 1회원 원칙을 적용하게 되면 대만에 대한 정회원 자격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만과 중국업체 모두를 회원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조정안이 제기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아 보인다.

 이밖에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정부 정책건의문 채택 여부와 당사국 의무조항으로 규정한 IT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관세 축소문제도 논란이 예상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