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혁명 카운트다운>(8)에필로그

 신유통으로의 이행은 놀랄 만한 소비 생활패턴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재래시장이나 백화점을 찾던 때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사이버마켓에 들어가 물건을 고르기만 하면 택배회사가 최단 시간 내에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해 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를 결정하던 소비 관행이 무너지고 안방에서 쇼핑을 즐기는 문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유통업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뿐 아니라 관련 제조산업을 한 템포 빠르게 이끌 정도로 발전했다.

 TV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 등 신유통은 이제 중소 제조업체에도 없어서는 안될 마케팅 채널로 떠올랐다. 제조업체들은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판매고를 이들 신유통 채널을 통해 올리면서 유통업체는 제조업체의 든든한 파트너로 떠올랐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마케팅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유통업체와 손잡으면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신유통의 등장은 고용효과는 물론 운송이나 택배업 등 주변 산업을 동반 상승시키는 새로운 경제효과의 동인이 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이 같은 변화는 유통의 구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제조업체→도매상→중간 소매상→소매업체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유통구조가 파괴되고 시장에서 소비자 주권이 날로 살아나고 있다.

 유통구조의 ‘빅뱅’을 이끄는 주역은 단연 정보기술(IT)과 인터넷이다. 카탈로그와 TV·인터넷 등을 매개로 상품을 파는 무점포 소매업체는 유통계에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TV 홈쇼핑시장은 5사 체제로 재편되면서 시장규모가 커졌다. 케이블TV 시청가구는 총 800만 가구로 급증했고 지난 3월 위성방송이 시작되면서 비약적인 신장세가 예상된다. 인터넷 쇼핑몰업체 역시 올해를 흑자 원년으로 선포하고 유통의 확고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신유통 채널의 비중이 오는 2005년에는 전체 소매시장의 20∼2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 유통업 역시 정보기술을 통해 부가가치형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다양한 정보시스템을 통해 세련된 마케팅 기법과 고객 서비스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해 재고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더 나아가 유통업은 제조업과 힘 겨루기를 벌일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전처럼 제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부대’가 아니라 제조업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전위부대’로 산업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유통구조의 파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바잉파워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좋은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알아서 팔릴 것이라는 명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소비자의 요구와 취향을 제대로 읽어야만 하고 이에 맞춰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제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의 유통은 정보기술이 주도하는 ‘하이테크’와 감성기술의 ‘하이터치’가 이끌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과거의 유통은 ‘물건을 사고 판다’는 의미였다. 앞으로의 유통은 서비스를 사고 판다는 정의가 더욱 적절하다. 미래 유통서비스의 중심에는 인터넷과 정보기술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정보기술이 주도하는 유통혁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