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냐, X박스냐.’
비디오 콘솔게임기의 왕좌를 놓고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 E3에서 한판 대결을 벌인다. 양사는 세계 최대 게임박람회인 E3가 열리기 전부터 가격인하 정책을 앞다퉈 발표하는 등 기선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실 비디오 콘솔게임기 시장을 놓고 ‘별들의 전쟁’이 처음 벌어진 것은 지난해 E3 현장에서다. MS와 닌텐도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PS2)의 독주에 맞서 차세대 콘솔 게임기인 ‘X박스’와 ‘게임큐브’의 발매일과 가격을 지난해 E3 현장에서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격돌은 X박스와 닌텐도가 출시되기 전에 펼쳐져 사실상 전초전에 가까웠다. 따라서 진짜 별들의 전쟁은 실재하는 게임기가 격돌하는 올해 E3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각사는 E3가 다가오자 게임기 가격인하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피말리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소니와 MS가 주고받은 가격인하 레이스는 제2의 차세대 게임기 전쟁이 결코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처음 가격경쟁을 촉발한 당사자는 MS다. MS는 X박스가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지난 4월말 유럽내 판매가격을 479유로에서 299유로로 무려 40%가량 인하,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사정이 이쯤되자 소니도 PS2 가격인하로 맞불작전을 펼쳤다. E3 개최 일주일을 남기고 미국시장에서 PS2 가격을 299달러에서 199달러로 인하한 한편 PS의 가격도 99달러에서 49달러로 내린다고 전격 발표한 것. 또 컨트롤러·메모리카드 등 주변기기의 가격도 조만간 인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양사의 가격인하 경쟁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각사의 약세 지역을 주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 MS는 유럽을, 소니는 미국을 먼저 타깃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가격경쟁은 수성차원에서 2라운드를 맞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미 MS는 이번 E3에 앞서 미국에서도 가격을 100달러 인하한다고 발표했으며 소니도 머지않아 유럽에서도 가격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되면 PS2나 X박스 모두 지역을 떠나 199달러(미화기준)선에서 비슷한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가격인하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대는 닌텐도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199달러)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온 닌텐도로서는 가장 큰 무기를 잃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닌텐도뿐 아니라 소니와 MS도 벼랑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양사는 가격인하전 가격인 299달러에 PS2와 X박스를 판매하더라도 하나의 게임기를 팔 때마다 100달러 가까운 손해를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낮아진 가격만큼 소프트웨어 판매를 늘려 손실을 충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임 타이틀 판촉전은 그만큼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E3는 피말리는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가격경쟁에 이어 펼쳐질 레이스는 얼마나 좋은 게임 타이틀을 확보, 발표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한 X박스의 경우 이번 E3에서 온라인 콘솔게임 타이틀을 대거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측도 PS2에 네트워크 플레이를 지원하는 어댑터를 선보인 데 이어 온라인 콘솔게임 타이틀을 이번 E3에서 전격 공개, 맞불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인하 경쟁에서 촉발된 피말리는 한판 대결은 2차 가격인하 경쟁과 온라인 콘솔게임 타이틀 확보전으로 이어져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