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정부가 범죄수사와 관련된 경찰의 전자정보 사찰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헬싱인 사노마트는 핀란드 법무부가 범죄 혐의자의 e메일 송수신 기록, 휴대폰의 텍스트 메시지, 인터넷 사용기록 등 일체의 전자정보를 경찰로 하여금 사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범죄수사법률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새로운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핀란드에 소재한 ISP나 이동전화업체들은 경찰이 법원의 동의를 얻어 요청할 경우 범죄 혐의자와 관련된 e메일 내용과 그 송수신자들에 대한 정보, 휴대폰 통화 내역 등 일체의 관련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갖게 된다.
현재 핀란드 경찰의 수사권한은 범죄 혐의자의 유선 통화내역에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이나 무선네트워크를 이용한 각종 중범죄가 빈발하면서 경찰의 수사권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이와 관련 핀란드 경찰은 벌써부터 범죄 혐의자의 e메일 사찰시스템 개발에 착수하는 등 새로운 법률안에 따른 수사확대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핀란드 경찰청이 새로이 개발한 e메일 사찰시스템은 범죄혐의자가 e메일을 송수신할 경우 동일한 e메일이 경찰의 e메일 계정에도 동시에 배달되도록 설계돼 있다. 핀란드 경찰은 이러한 사찰시스템의 시험가동을 이미 끝마치고 실제 수사에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유럽에서는 인터넷이 새로운 범죄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유럽의 마약거래 대부분이 인터넷을 경유해 이뤄지고 있으며 어린이 포르노와 같이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질나쁜 범죄들 또한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유럽 각국 정부와 시민 단체들은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이러한 범죄의 가능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유럽인들의 특성상 이러한 정부와 시민단체의 요구가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핀란드의 범죄혐의자 e메일 사찰 입법화 움직임이 유럽의 인터넷 관련 범죄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특히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