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급이 일반화된 영국에서 상당수의 소비자가 여전히 과거의 페이저(pager)를 애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타임스는 현재 약 60만명에 달하는 영국 소비자들이 페이저를 주요 통신수단의 하나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은 급속한 휴대폰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페이저의 이용을 포기하지 않는 페이저 시장의 고정 고객들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영국에서 본격적인 3세대 휴대폰 서비스가 새로 시작된다 해도 페이저 시장은 이들 고정 고객들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존속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98년 불과 20파운드(약 4만원)의 염가 휴대폰이 영국에 첫 선을 보인 이래 대다수 통신 전문가들은 페이저 시장이 급속한 사양 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통신업체들이 페이저 시장에서 발을 뺐고 그 결과 현재 영국에서 페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업체는 BT와 보다폰, 그리고 페이저 서비스 전문 통신업체인 페이지원(PageOne) 등 단 세 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예상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소비자들은 여전히 페이저 이용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지난해 페이저 서비스를 중지한 오렌지의 경우 3만명에 달하는 기존 페이저 고객들에게 염가의 휴대폰 서비스 제공을 제의했지만 이들 고객들 대다수는 오렌지의 제의를 무시하고 다른 페이저 통신업체로 발길을 돌려버렸다.
이와 관련 메이슨 커뮤니케이션스의 애널리스트 필립 핸들리는 “페이저가 휴대폰 서비스의 틈새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현재 페이저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은 페이저가 그들의 통신수단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저가 방송송출 기술을 채택, 수백만 메시지를 동시에 즉각적으로 송신할 수 있는데다 그 송수신 지역범위 역시 그야말로 전국을 커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광범위한 지역으로 긴급 메시지를 동시에 송수신하는 일이 빈번한 정부나 기업들에는 페이저가 필수 불가결한 통신수단이라는 의미다.
또한 페이저는 휴대폰과 달리 전자파의 방출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의료계와 항공교통업계, 기타 전자파에 민감한 산업분야에서의 페이저 선호도 역시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페이저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거의 무제한의 텍스트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런 평가를 토대로 페이지원 같은 통신업체는 고객들의 e메일을 페이저로 직접 수신할 수 있게 만드는 새로운 무선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페이저를 이용한 텍스트 송수신에 익숙해진 기존 기업고객과 일반 소비자들의 발길을 더욱 단단히 붙들어 두기 위해서다.
많은 영국 소비자들은 좀처럼 과거의 것 또는 낡은 것을 버리려 하지 않는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이런 생활습관 탓에 신기술이 독주하는 통신시장에서도 여전히 페이저가 애용되는 것은 아닌지 자못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