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창 아이델리 사장(54)은 축산물 유통 업계의 산증인이다. ‘고기 대통령’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축산물 유통이라는 한 우물만 고집해 왔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정보기술을 연계한 첨단 유통 시스템을 개발하고 낙후된 축산 분야의 유통과 물류를 선진화하는 데 앞장서 주목을 받고 있다.
“축산물 유통 분야에 뛰어든 지 벌써 28년입니다.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지만 보람도 컸습니다. 지금은 맛과 모양으로 고기 종류와 부위, 상태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첨단유통시스템을 도입해 축산물 유통을 개선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고기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당초 아이델리(http://www.ideli.co.kr)는 지난 94년 전국 4만개 식육 판매점을 거느리고 있는 축산기업중앙회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회사 이름을 축산기업유통에서 아이델리로 바꾸고 전국 정육점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유통 정보화 기업으로 색깔을 바꿔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를 인정받아 대신과 삼성증권 대상으로 5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 또 벤처기업 인증도 따냈다.
“아이델리의 시스템은 쉽게 말해 소매 점포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이를 받아 자동으로 배송해 주는 솔루션입니다. 이 시스템 구축으로 6단계에 달하는 축산물 유통구조를 2∼3단계로 줄였습니다. 아직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비중이 전체의 20%에 불과하지만 월마다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년 이내에 50∼60%까지 가능할 것입니다. 가맹점 수도 현재의 3000개에서 오는 2005년까지 1만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아이델리는 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경매는 물론 육류 시세를 알려주는 ‘고기지수’와 같은 코너를 통해 각종 육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휴대폰을 통한 무선 주문 서비스, 정육점을 위한 영업관리 프로그램인 ‘마켓 매니저1’을 개발하고 일반 정육점에 무료로 공급해 주고 있다. 외상 또는 현금 지불 방식으로 진행됐던 기존의 결제 방식도 바꿨다.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인 전자결제 시스템도 개발했다. 주택은행과 제휴한 결제시스템 ‘마켓 매니저 2’를 이용하는 정육점주인들은 은행에 가지 않고도 홈뱅킹 또는 온라인 자동 지불을 할 수 있게 됐다. 대금 결제 후 구매자가 물건을 받을 때까지 주택은행이 구매 자금을 보증해줘 안심하고 거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적절하게 결합할 때 전자상거래 역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문 사장은 경기도 양지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광주·대구에 거점 물류센터를 각각 마련한데 이어 아이델리보다 회사 규모가 2배 이상 큰 한국냉장을 전격 인수해 물류망을 새롭게 정비했다. 아이델리가 한국냉장을 인수할 당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며 당시 업계에서는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문 사장은 “낙후된 유통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며 “축산 유통 정보화 선도기업으로 아이델리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