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PL법 대책 마련 분주

 

 눈앞으로 다가온 PL법 시행에 따른 책임소재가 유통업체에 떠넘겨질 가능성 등 위험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통업계가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제조물책임(PL)법에 대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솔CSN이 PL법에 대한 준비부족을 이유로 중국업체와의 가전사업 분야 제휴 및 이에 따른 유통사업을 전면 보류했으며 인터넷쇼핑업체인 인터파크는 전략적으로 내세운 전자기기 자체브랜드(PB)상품에 대한 사업추진시 제품결함 발생시의 위험부담 가능성을 감안, 전자관련 PB상품 등에 대한 품질검사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우리홈쇼핑 등 중소제조업체를 협력업체로 두고 있는 케이블홈쇼핑업체들도 안전관리사무국 신설과 함께 품질 검사팀을 크게 강화시키고 있다.

 7월부터 시행되는 PL법에서는 제조업자나 유통업체가 해당 제품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소비자가 둘 가운데 하나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수입 제품과 PB상품은 모두 100% 유통업체가 책임을 지고 10년에서 13년까지 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유통업계에서는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미끼상품으로 많이 사용하는 수입 전자제품부터 최근 TV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는 컴퓨터·가전 PB상품이 PL법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솔CSN은 지난해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한 디지털 가전시장 진출을 전면 보류했다. 한솔은 당초 중국의 최대 가전 메이커인 그레이트월 그룹과 16일 조인식을 갖을 예정이었으나 애프터서비스 체계와 제조상의 결함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제대로 뒷받침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사업을 유보했다. 한솔은 그레이트월 그룹과 29인치 완전평면 TV, DVD플레이어, 홈시어터시스템, 오디오, 포터블 CD플레이어, PDP TV 등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한솔의 고위 관계자는 “그룹에서 제조물책임법을 들어 사업 보류를 요청함에 따라 부랴부랴 사업을 재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도 올해 전략사업으로 PB사업을 꼽았음에도 가전이나 컴퓨터 등 전자제품 PB상품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인터파크측은 패션이나 의류 브랜드상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제품 결함이 발생했을 때 손해 배상 규모가 큰 전자 제품 PB는 별도의 팀을 통해 철저하게 품질 검사를 요구할 정도로 각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TV홈쇼핑업체도 PL법 시행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리홈쇼핑은 최근 PL 전담팀을 구성하고 별도로 외부 강사를 초빙해 전사적으로 PL법 세미나를 진행중이다. 대부분 중소업체를 협력업체로 두고 있는 홈쇼핑업체에서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소업체보다는 유통업체에 책임을 물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LG홈쇼핑이나 CJ39쇼핑 역시 PL팀, 안전관리사무국을 신설하거나 품질 검사팀을 대폭 강화하고 제품 유통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PL법과 관련한 보험 가입도 서두르고 있다.

 이밖에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도 입점업체에 대한 PL소송 불똥이 자칫 백화점으로 튈 수 있다고 보고 7월 1일부로 입점했거나 향후 입점할 모든 업체들에 PL 보험가입 증서를 요구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체는 상대적으로 PL법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반해 중소업체와 유통업체는 아직도 원론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어 자칫 PL법과 관련해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소지가 많다”며 “외산 가전 수입업체, 수입 가전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업체, PB상품을 취급하는 유통업체는 PL법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