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전문 정보보호업체로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국내 정보보호 시장의 통합화 바람에 맞서 네트워크 침입탐지시스템(IDS)으로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윈스테크넷.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대연 사장(45)은 오프라인에서 쌓아온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화’를 고집하고 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코오롱에 입사, 15년간 기획조정실에서부터 미국지사장까지 두루 경험한 김 사장은 지난 2000년 윈스테크넷에 합류했다.
당시 국내 정보보호 시장은 다양한 솔루션이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김 사장은 “2000년은 정보보호업계가 조정기를 겪을 때라 나름대로 사업방향을 결정할 시기였다”고 회상한다. 이때 결정한 것이 ‘전문화’다. 이전까지만 해도 윈스테크넷은 정보보호뿐만 아니라 그룹웨어, 지리정보시스템 등 각종 솔루션 사업을 추진해 왔다. 김 사장은 이를 대폭 정리하고 정보보호 전문업체로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 한가지라도 1등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다.
이에따라 윈스테크넷은 침입탐지시스템인 ‘스나이퍼’를 출시하고 이 제품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며 1년여만에 IDS 전문업체로 관련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러 공개 벤치마크테스트에서 우승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국방부·정통부·행자부·통계청 등 공공기관에 제품을 설치했다.
지난해부터 정보보호업체들이 앞다퉈 통합 솔루션을 내놓고 있지만 윈스테크넷은 오히려 IDS 제품의 성능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기가비트 제품 출시로 지난해 말부터 기술적인 차별화에 노력, 벌써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기가비트 제품을 데이콤·SK텔레콤·굿모닝증권·KT 등에 납품했다.
이와 함께 내놓은 카드가 해외시장 공략. 지난해부터 해외 진출을 준비했으며 일본 시장을 비롯해 미국·중국·대만·싱가포르·태국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일본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부터 일본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으며 현지 기업으로부터 1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며 “올해 일본시장에서만 150만달러의 수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타 사장들이 즐비한 정보보호업계에서 김 사장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회사와 제품을 앞세우는 ‘후원자’ 역할에 충실할 생각이다. 김 사장은 “정보보호 솔루션 업체는 기술력이 뒷받침된 마케팅이 중심에 서야하며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는 개발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경영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채찍과 당근’보다 말없이 회사를 지키며 직원들의 고충을 파악해 소리없이 해결해 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같은 경영 스타일 때문에 김 사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회사 지킴이’로 통한다. TV 드라마 ‘여인천하’가 방영되는 월, 화를 제외하곤 늘 밤 10시 이후에야 사장실 불이 꺼지기 때문이란다. 윈스테크넷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낮은 이직률. ‘지킴이’의 역량이 발휘된 탓인지 스나이퍼 개발 초기멤버들의 이동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김 사장의 말없는 고충이 있었다. 김 사장은 윈스테크넷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IDS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2개월 후면 만기인 적금을 해약했다. 직원들의 월급을 제때 지불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직원들은 전혀 그같은 상황을 몰랐다고 한다. 평소에는 말없는 김 사장이지만 직원 단합에는 적극적으로 나선다. 상·하반기 2차례 워크숍과 체육대회, 오픈 오피스 등을 개최하고 있다. 김 사장의 요즘 희망은 한가해지는 것이다.
“사장이 바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직원 개개인의 목소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올해 하반기 코스닥 심사 청구와 인센티브제 시행 등을 준비하고 있어 이같은 소망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