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시야와 상쾌한 바람, 한가로이 출렁거리는 물결….
일상의 묵은 때를 날려 보내기에 충분한 정경이다. 더욱이 그 속에서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되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광주소재 광통신부품 제조업체 프라임포텍 최영민 기술연구부장(42)과 휘라포토닉스 김원희 총무팀장(39)은 모두가 알아주는 바다낚시 고수들이다.
밤낮없이 근무하는 벤처맨이지만 한달에 한두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바다로 향한다. 비록 잡어 몇 마리를 잡아 올리는데 그치더라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노라면 어느새 머리 속은 맑아지고 새로운 힘과 용기가 샘솟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어릴 적 바다에서 멱감고 낚시하던 섬소년의 추억을 갖고 있다. 최 부장은 전남 신안군 비금도, 김 팀장은 진도가 고향이다. 어릴 때부터 단순히 놀이로 하던 바다낚시가 중년이 된 지금은 유일한 취미생활로 바뀌었고 항상 낚시장비와 물때가 기록된 조석표를 갖고 다닐 정도의 준프로가 됐다.
최 부장의 전문 조력은 20여년이 넘는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20살부터 전문적으로 바다낚시를 즐겨왔다. 그가 자주 찾는 곳은 고흥과 전북 위도, 여수 돌산 앞 바다 등 서·남해안. 특히 그는 물때를 맞춰 감성돔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출조하곤 한다.
“제 스스로 터득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물때를 잘 맞추는 것인데 서해안과 남해안의 바닷물 흐름은 제 머리 속에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때문에 10번 나가면 7, 8번은 꼭 월척을 건져 올리죠.”
최 부장은 지난해 가을 고흥군이 개최한 전국 낚시대회에서 50㎝가 넘는 대어를 낚아 140여명 가운데 6위를 차지하는 등 크고 작은 수상경험을 갖고 있다. 또 낚시동호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직장 동료들에게 낚시기술과 비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휘라포토닉스 김 팀장은 차에 장비를 싣고 다니며 짬이 나는대로 바다낚시에 빠져든다. 은행을 다니다가 지난 2000년 8월에 벤처기업으로 옮긴 이후 예전처럼 많은 기회를 갖지는 못하지만 고향을 다녀오는 틈틈이 바닷가를 찾는다.
“전문적으로 바다낚시를 한 지 5년정도 밖에 안된 초보입니다. 그렇지만 사전에 물때와 조황정보를 자세히 파악하고 떠나기 때문에 그동안 짭짤한 재미를 많이 봤습니다. 아마 어디에서든 바다낚시를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덕분인 것 같습니다.”
“나중에 회사가 크고 개인적으로도 성공한다면 바닷가에 별장을 지어놓고 배 한척 구입해 낚시하며 지내는 것이 꿈”이라는 김 팀장은 “회사의 살림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직책과 차분한 성격을 필요로 하는 낚시가 서로 잘 어울리는 걸 보면 취미만큼은 정말 잘 선택한 것 같다”고 웃었다.
최 부장과 김 팀장은 조만간 또 한번 바다낚시를 떠나기 위해 스케줄을 점검하고 있다. 그동안 쉴새없이 달려온 자신들을 추스려보고 더 큰 심호흡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가까운 시일내에 무작정 떠날 계획이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