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식매각 공모에서 SK텔레콤이 일약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통신산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앞세워 지분참여를 선언한 삼성그룹은 전략적투자자 그룹에도 끼지 못하고 기관투자가 자격으로만 1%에도 크게 못미치는 지분만 인수하게 돼 결국 ‘헛물’만 켜게 됐다. 정부 역시 특정기업에 5% 이상의 지분이 돌아가지 않게 하려던 당초의 계획이 어긋났다.
◇SK텔레콤 노림수는 뭘까=SK텔레콤은 일단 지배주주 등장을 견제하고 이를 통한 시내망 중립성 확보 및 SK텔레콤 주식의 물량부담 이슈를 희석시키겠다는 목표다. 말그대로 유력한 지배주주군인 삼성을 견제하고 KT의 중립성을 확보해 현재의 통신시장 구도를 그대로 이끌고 나가겠다는 ‘치밀한’ 전략이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최대 11.34%까지 확보할 수 있는 SK텔레콤이 9.27%만 인수키로 한 것도 치밀하다. 상법상 상호의결권 봉쇄선(10%)을 피하고 삼성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묘수가 아닐 수 없다.
◇지분경쟁 격화될까=SK텔레콤의 9.27%(EB포함) 지분매입 결정은 앞으로 지분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SK텔레콤의 EB 매입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지분 매입 경쟁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은 당초 미래의 KT 최대주주로 거론됐던 만큼 목표를 위해 장내는 물론 장외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SK텔레콤과의 지분매입 경쟁은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물량이 워낙 큰데다 삼성이 대내외의 비난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리할 것으로는 예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분 확보 경쟁은 지금 당장 보다는 1, 2년 후에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망 및 과제=KT의 완전 민영화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략적투자자를 위한 지분매각이 순조롭게 끝난데다 기관 및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매각도 무리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 따라 삼성과 SK텔레콤의 지분확보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KT-SK텔레콤 양강체제가 앞으로 상당기간 고착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가 LG를 중심으로 구축하려던 3강체제 구축도 더디게 진행될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는 SK텔레콤을 비롯한 특정기업이 소유 및 경영권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마련과 공정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장치 마련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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