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KT 최대주주 등극

지분 9.27% 확보…통신업계 구도 변화

SK텔레콤이 KT 지분 9.27%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로써 KT의 대기업 주주를 분산시키려던 정부와 KT 지분에 참여하려던 삼성의 시도는 사실상 좌절됐으며 통신업계 구도 역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할 전망이다.

 지난 18일 청약을 마감한 정부보유 KT지분 28.37%(8857만주) 중 교환사채(EB)를 제외한 주식 매각 물량 14.53%는 전량 매각돼 그동안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KT의 지분 매각은 외견상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공모청약 결과 SK텔레콤은 전격적으로 주식 5%를 청약함으로써 앞으로 매입할 EB물량까지 포함하면 최대 주주가 돼 통신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은 19일 주식 재배정 결과 주식 3.78%에 EB 7.56%를 매입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됐으나 5.49%의 EB만 매입해 총 9.27%의 지분을 확보키로 결정했다. 따라서 SK텔레콤은 현재 정부를 제외한 현 최대주주인 미국 투자자문회사 템플턴(4.2%)을 제치고 KT의 최대 주주가 될 전망이다.

 이로써 정부 지분이 대기업에 고르게 분배되길 바란 정부의 희망은 꺾였으며, 3%를 확보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지려던 삼성은 고작 0.2%의 지분만 확보해 사실상 지분참여에 실패했다. LG도 LG전자를 통해 1%를 청약했으나 SK의 깜짝청약으로 1% 이하를 받게 돼 교환사채를 포함하더라도 지분이 3%를 넘지 못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갖지 못하게 됐다.

 SK텔레콤은 9.27%의 지분확보로 경쟁회사 보유주식이 10% 이상이면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상의 ‘상호 보유주의 의결권 제한’ 규정을 피해가게 됐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KT와 동종업체라는 이유로 3% 이상 지분을 확보했으나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당장 경영 참여가 불가능하다”면서 “더욱이 신세기와 통합하면서 시장 점유율 제한을 받는 등 수평적 기업결합에 대한 반대가 큰 상황에서 KT에 대한 경영권 확보를 시도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경영권에 관심을 두지 않더라도 어쨌든 제2의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제1통신사업자인 KT의 최대 주주가 돼 업계에서는 통신업계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KT와 SK의 양강구도에 LG를 중심으로 한 제3세력을 키워 3강체제로 만들어 유효경쟁 구도를 정착시키려던 정부의 계획도 적잖은 차질이 예상된다. 거꾸로 양강구도의 정착에 대응해 제3세력의 규합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보통신부는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KT의 지분 매각 자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보고 사외이사 추천권 처리 등 민영화 마무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애초 예상했던 그림과 크게 달라졌으나 지금까지 개선을 추진해온 제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통부는 18일의 청약 마감 결과 총 청약주식수가 6532만4000주(공모물량은 14.53% 가운데 우리사주 청약분을 제외한 2756만7000주)로 2.37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전체 청약증거금은 3조5275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청약률은 전략투자자 그룹이 1.91대1, 기관투자가 그룹이 1.44대1, 일반그룹은 4.63대1로 나타났다.

 또 기관투자가인 삼성생명과 기업은행, 금융기관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킨 효성은 전략투자자 자격인 0.5% 이상 청약에도 불구하고 순위에 밀려 주식을 배정받을 수 없게 됐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