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주변기기>멀티미디어 카드 `고성능 시대`

 PC로 게임, 인터넷, 지상파방송, DVD 영화 등을 즐기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한마디도 PC는 이제 사무용품이 아니라 집안에서 여가를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돼버린 셈이다.

 PC가 이처럼 멀티미디어 기기로 변화된 것은 중앙처리장치나 메모리, 운용체계 등의 발전도 중요했지만 그래픽카드와 TV수신카드 역시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했다.

 그래픽카드의 경우 보통 6개월마다 제품기능이 향상됐는데 최근에는 이 기간이 더욱 단축되고 있다. 그래픽카드 칩세트 제조사인 미국 엔비디아는 올초 ‘지포스3’라는 칩세트를 발표했으나 얼마 되지 않은 3월에 연이어 새로운 칩세트를 공개했다. 특히 올해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시작과 함께 주목받는 디지털TV 수신카드도 이러한 변화에 동승할 것으로 보인다.

 ◇독주에서 양강체제로=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은 엔비디아(nVIDIA)사와 ATI로 양분돼 있다. 양사는 세계 대표적 그래픽칩 공급사로 국내 제조업체들은 이들의 칩을 공급받아 그래픽카드를 생산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점유율 면에서 엔비디아 제품이 90%에 육박하는 강세를 보여왔다. 3D구현이 우월한 것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 칩은 게임을 즐기는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ATI 칩기반의 그래픽카드가 급성장하는 추세다. 향상된 3D 구현능력과 동영상, DVD 등을 감상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ATI칩은 올 1분기 점유율 20%까지 성장한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또 몇몇 업체들은 ATI칩 기반의 그래픽카드 제품의 샘플 테스트를 완료하고 출시시기만을 고려중이다. 이런 추세를 보면 올 하반기에는 ATI칩을 장착한 그래픽카드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도 하반기에는 진정한 양강체제가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카드의 고성능화가 진전되면서 SD램을 장착한 그래픽카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DDR SD램이 대중화됐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해져서 올 중반이면 SD램 제품이 거의 단종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대부분의 그래픽카드가 본격적으로 64MB 이상의 메모리를 달고 선보이고 있으며 128MB 제품도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래픽 칩세트 클록 속도 역시 300㎒ 이상의 고클록 제품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멀티미디어화된 그래픽카드도 일반적인 제품이 될 것이다. 그간 고가의 제품만 지원하던 디지털출력기능(DVI)이나 TV 출력기능이 보급형 그래픽카드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하나의 그래픽카드로 두 대 이상의 모니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듀얼 기능도 추가되고 있다.

 ◇대작 게임을 기다리는 그래픽카드 업계=그래픽카드 업계에서는 비수기의 판매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3D 대작 게임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디아블로2’라는 게임이 출시되자 PC방 업그레이드 수요가 20% 가량 늘어나는 등 그래픽카드 매출과 게임시장과는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워크래프트3’ ‘리니지2’ 등의 대작이 연이어 발표되면 그래픽카드 신규수요는 물론 교체수요가 대거 발생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다른 주변기기와 달리 그래픽카드는 대만 제품보다 국산제품이 시장점유율이 높은 주변기기 품목이다. 비슷한 성격의 메인보드가 일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을 빼고 나면 거의 100% 대만산인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는 국산 그래픽카드 수준을 입증하는 것으로 세계의 그래픽카드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내수 및 OEM에만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으로 일본, 폴란드, 중국 등에 성공적인 진입을 이뤄냈다.

 시그마컴, 인사이드텔넷컴 등 국내 그래픽카드 업체들은 이제 세계시장을 향해 뛰고 있다.

 ◇이제는 디지털TV도 PC로=최근 청소년들의 생활패턴이 자기 방에 오래 머무르는 독립형으로 바꾸면서 PC로 TV까지 즐기려는 욕구가 늘고 있다. 이러한 생활패턴 변화에 따라 향후 시장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이 TV수신카드 시장이다. 더욱이 이제 본격 궤도에 오를 디지털방송을 즐기고는 싶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디지털TV 수신카드가 적격이다. 디지털TV 수신카드는 가장 저렴하게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정이 17인치 모니터와 PC를 보유한다고 가정했을 때 PC에 HDTV 수신카드를 장착하고 안테나를 연결하면 고화질의 디지털TV방송을 볼 수가 있다.

 또한 HDTV 전체 화면 모드로 전환하면 1920×1080 해상도의 디지털방송 수신이 가능하다.이 카드가 있으면 별도의 녹화장치도 필요없다. HDTV 프로그램의 용량이 크긴 하지만 PC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언제든지 저장할 수 있다. 재생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녹화 테이프를 수북이 쌓아둘 비용적, 공간적 낭비도 사라진다. 디지털TV카드기 때문에 가능한 일시정지, 화면캡처, 특정 부분 확대 및 축소 등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아날로그 방송 시청은 기본. 또한 디지털TV 수신카드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IEEE1394 지원, OSD 기능, DVD 재생기능 등 기존 아날로그TV 수신카드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첨단 기능들이 속속 구현되고 있어 고가의 AV기기와 대적할 만하다. 디지털TV 수신카드가 아직은 30만원선을 유지해 고가라는 점이 보급확대에 걸림돌이지만 향후에는 소프트웨어를 이용, 가격이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PC용 TV수신카드 시장은 월 1만대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아날로그TV 수신카드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TV 수신카드 제조사들은 내수와 함께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TV 수신카드를 제조하는 곳은 6개 업체에 지나지 않는데 이 가운데 디지털스트림테크놀로지, 사람과셈틀, 매크로영상기술 등 국내 업체가 절반을 차지해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