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기협중앙회·벤처기업협회·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34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 숭실대 교수)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벤처기업협회 회의실에서 ‘벤처기업 기술 유출과 예방 및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관련 법률 정책 입안자 및 전문가들은 물론 실제 영업비밀 유출로 피해를 입은 업체 대표자들이 참석, 기업 기술 유출에 대한 예방책과 유출시 대응책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강승일 아하넷 사장, 권오언 윈포넷 사장, 남상봉 서울지검 검사, 윤선희 한양대 교수, 임창만 기술거래소 실장, 조용식 다래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가나다순)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
△장소=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벤처기업협회 회의실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최근 첨단기술력을 갖춘 국내 벤처업계에서 기술 및 영업비밀이 유출돼 피해를 입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인정받는 국내 기술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 경쟁기업은 물론 동남아시아, 중국 등 후발 개발도상국으로의 기술 유출이 심각한 실정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기업 영업비밀 유출사례와 이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예방책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보완책과 대응방안을 고민해 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까지 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벤처기업 관계자나 일반의 인식이 부족한 만큼 영업비밀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환기시키고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살펴보면서 현행법과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향후 보완점에 대한 심도있는 토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윤선희(한양대 교수)=기업의 영업비밀 관리 및 기술 유출에 대한 벤처기업가들의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특히 국내 고용시장이 유연화되면서 전직·스카우트 등의 인력 이동이나 기업정보 관리의 허술함에 따른 기업 내부정보 유출은 기업 경쟁력과 이익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회사 성장과 규모에 맞는 적절한 영업비밀 유지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지원책으로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부정경쟁방지법은 외국의 관련 법을 그대로 원용한 점이 없지 않아 용어나 개념이 국내 실정과 맞지 않거나 이해에 혼선이 있기도 합니다.
◇임창만(기술거래소 실장)=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각 기업들의 기술 관리에는 소홀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최근 국가차원에서 기업의 영업비밀과 기술정보를 보호하는 추세이며 국내에서도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체 영업비밀 및 기술 유출 사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내부자에 의한 기술 유출입니다. 이는 내부 우수인력에 대한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비롯한 사전관리대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기술이나 정보가 건전하게 유통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표준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무엇보다도 전문기관의 검증이나 특허출원 등을 통해 자체 영업비밀과 핵심기술이 철저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조용식(다래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벤처기업 기술 유출 사건은 초기 증거 확보에 실패하면 민형사 사건으로 확대시키기 어려우며 오히려 ‘무고사건’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사적 구제방안으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예방 및 폐기·제거청구권 △침해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영업비밀 보유자의 신용회복 청구권 등이 있습니다. 형사적 구제방안으로는 비밀유지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누설한 전·현직 임원 또는 직원의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외부인의 주거침입 등 부정경쟁방지법 이외에 형법에 의해 처벌될 수도 있습니다.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제소당하게 되는 경우에 대비, ‘비권리자의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청구’ ‘손해배상 청구권 또는 금지청구권의 부존재확인소송’ 등 적극적인 사전관리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소송·고소시 자기 영업비밀 유출 위험도 있어 고소 판결문에 명시된 내용이 오히려 기술공개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사회=영업비밀과 기술 유출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물론 벤처기업인들의 의식수준은 여전히 낮습니다. 기술 유출 사건과 관련해 국내 법안과 기업들의 문제점, 제도적인 보완책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입니다.
◇남상봉(서울지검 검사)=기업 기술 유출과 관련해 초기 증거 확보가 관건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 기술 유출과 관련해 기소된 사례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98년도까지만 해도 이와 관련한 기소는 주로 업무방해나 특허법 위반으로 적발됐습니다.
검찰내에 컴퓨터수사부가 설립되면서 초기 증거 확보 문제가 많이 개선됐습니다. 예를들어 기술 유출과 관련해 전문가들과의 상담 과정에서 압수수색에 들어가 사건화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특히 IMF 이후 노동시장이 유연화되는 과정에서 기술인력이 이동하는 가운데 영업정보 및 기술이 유출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검찰과 벤처기업협회는 중소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상담창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최근 내부자에 의한 기술 유출에 있어 처벌대상을 관련 내부 종사자에 국한해야 할지 외부 공범자까지 포함해야 할지에 관한 문제, 빼낸 기술로 경쟁업체가 영업이익이 나와야 가능한 처벌조항, 주로 당사자간 합의로 해결됨에 따라 관련 종사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 입법 목적이 다른 관련 법률간 법해석 문제가 분명해져야 합니다.
기술정보 유출에 대한 각 기업 관계자들의 인식을 높이고 정보 유출시 신속하게 사건화시켜 구제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야 합니다. 이제 국내기업들도 상당한 기술력에 이르고 있으며 국수주의적 접근방식이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강승일(아하넷 사장)=얼마 전 회사 창립 핵심인물 중 한명의 전직에 의해 내부 핵심기술인 소프트웨어 기술이 유출된 경험이 있습니다. 특성상 한사람이 여러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벤처기업들은 영업정보를 관리하는 데 여력이 없습니다. 즉 초기 기술 개발과 영업을 동시에 수행하며 역할을 공유하게 되는데 여기에 바로 빈틈이 있습니다. 적절한 금전적 보상을 받기를 원하는 연구기술인력은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외부 기업들의 유혹에 항상 노출돼 있습니다.
이에 대한 예방책으로 정보의 접근과 관리에 대한 역할분배 체제를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전문가와의 상담은 물론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없어 가처분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기업정보가 누출돼 실제 피해를 입었을 때 초기에 증거를 확보해 고소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고소에 들어가도 막상 외부에 이 사실이 알려져 영업상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영업비밀이 유출돼 더 큰 손실을 보는 경우도 생깁니다.
◇권오언(윈포넷 사장)=대부분의 벤처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관리시스템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대기업과는 다르게 개발과정을 관리하는 연구일지나 작업자별 관리를 위한, 적게는 수천에서 수억까지 이르는 툴을 구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인들은 아직도 기술보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도덕적으로도 불감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내외적인 요인 때문에 영업비밀 유출로 피해를 입었으나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벤처기업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 지원창구나 관련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합니다.
몇개 회사들이 모여 이를 위한 공동 펀드를 조성한다면 재원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기술력 중심의 중소 벤처기업들에 비밀 유출 예방과 보유기술 관리에 관한 인식을 환기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른 시일 안에 도입해야 할 듯합니다.
◇남상봉=협회와 관계 당국이 마련한 전담창구가 있으나 홍보가 부족한 듯 실제 업체들이 활용한 예가 드뭅니다. 벤처기업 관계자 중 이런 시스템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어 이에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에는 초동 단계에서 증거수집 미비로 무혐의 처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정황 등 요건을 갖춘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고 증거 확보시 반드시 기소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 중 영업비밀 유출로 피해를 입은 경우 우선 협회에서 운영중인 전문창구를 통해 접수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조용식=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전문화된 수사기관 설립도 필요합니다. 관련 법규에서 모호한 조항에 대한 개정과 동시에 전문지식을 겸비한 많은 인력들이 충원되야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수사기관을 확대개편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윤선희=최근까지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연구들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대기업 사례별로 정보를 상세히 분석해 왔으나 정작 첨단기술력 중심인 중소 벤처기업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대기업·중소기업 등 업체의 유형과 규모에 맞는 관리기구나 센터의 설립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발명진흥법·부정경쟁방지법의 문제조항과 현실과 맞지 않는 조항에 대해 새롭게 검토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술 중심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중요하며 기업들도 영업비밀 및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리=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