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 ‘공격적인 광고’ 등으로 국내 PC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현주컴퓨터의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IDC 자료에 따르면 현주컴퓨터는 삼성전자·삼보컴퓨터·LGIBM 등 3개 업체가 과점해온 국내 PC시장에서 IMF 이후 승승장구, 지난해 총 26만4000여대의 PC를 판매하면서 LGIBM(8.9%)에 이어 4위(7.8%) PC업체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주요 PC업체들이 시장 침체로 판매대수가 전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반면 현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거의 같은 판매량을 유지, 일부 대기업들이 현주컴퓨터를 벤치마킹하는 등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판매량과 순익 악화=1분기 PC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4% 줄어든 8만대에 머문 데 이어 4월에도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4% 감소한 1만5800대 판매에 그쳤다.
경영지표도 빨간불이 켜졌다. 반기(2001년 7∼12월)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8억여원에 그쳤으며 3분기(2002년 1∼3월)실적을 마감한 결과 27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판매대수가 줄어든 것은 현주컴퓨터가 가격경쟁을 지양한 데다 수익성이 없는 홈쇼핑 매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주컴퓨터의 PC판매량 가운데 홈쇼핑 매출 비중은 지난 1월 15%에서 지난 3월에는 9.6%로 줄어들었다.
현주컴퓨터측은 “전사적자원관리(ERP)구축, 노트북PC 생산라인 투자 등이 지난 1분기에 집중되면서 관리비용이 늘어 적자로 전환됐다”며 “5월 들어 하루 판매대수가 1000여대로 확대되고 있으며 상반기면 투자가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하반기부터는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규모에 맞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PC업계 전문가들은 현주컴퓨터가 다시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주컴퓨터가 지난해 회사 이미지 광고를 포함, LGIBM의 약 2배에 달하는 100억원의 광고비를 집행했지만 그만큼의 인지도 향상 효과를 봤는지 의문”이라며 “가격 경쟁력 하락이 곧바로 매출감소로 이어진 것이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노트북PC 사업의 경우 아직도 월 500대 수준에 머물러 현주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또 마케팅 전담 부서가 없고 연구소 인력이 10명에 머무는 등 회사 조직이 규모에 맞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주컴퓨터가 연 3000억원의 매출 규모로 성장하면서 AS비용·IBM로열티·물류비용 등으로 예전처럼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며 “이제 규모에 맞는 조직과 마케팅, 기술력을 갖춰 승부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주컴퓨터측은 “너무 급성장하다보니 규모에 맞는 조직을 못갖춘 점은 사실”이라며 “하반기에는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전반적인 경영 컨설팅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