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표준화 `산넘어 산`

 전국교통카드 표준화 작업이 또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관계 부처·기관이나 사업자들의 시각차가 여전한 데다, 사업주체인 5개 전자화폐 업체들이 이 작업에 적극 참여할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20일 업계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전국교통카드표준화작업을 주도해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 2월 말 비접촉식 전국교통카드 표준안인 보안응용모듈(SAM)의 개발을 완료하고, 3월께 시연을 갖기로 했지만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시연도 못한 채 시제품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관계부처인 정보통신부와 건설교통부가 표준화 과정에 시각차가 크기 때문이다. 정통부의 경우 우선 K캐시·몬덱스·비자캐시·에이캐시·마이비 등 5개 전자화폐만 통일시키자는 원래 계획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전국교통카드호환협의회를 주관하는 건교부는 당초 협의대상이 아니었던 서울시내 버스와 지하철까지 표준SAM 공급범위로 확대하자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건교부측은 “전국 교통카드 호환이 취지인 만큼 가장 대중화된 서울지역도 표준SAM 보급대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 버스·지하철 단말기의 경우 표준SAM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기존 단말기 보드의 펌웨어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업주체들의 미온적 태도도 표준작업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초 자사 SAM 공개를 약속했던 마이비의 경우 실제로는 규격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ETRI가 개발한 시제품조차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 시제품을 단말기에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각 업체들이 추가 기술협의에 착수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못한 실정이다.

 정통부측은 “표준SAM 기능은 구현했지만 아직도 복잡한 의견조율 과정이 남아 있다”면서 “빨라야 하반기에나 상용화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ETRI측은 시연회는 생략하더라도 현재 개발된 시제품 기술을 이르면 이달중 민간 단말기 업체들에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5개 전자화폐의 교통카드 키관리체계는 당초 ‘통합관리’를 검토했지만, 해당 업체의 ‘개별관리’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