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20일 9.55%의 지분매입 신청을 완료해 사실상 최대주주로 부상한 가운데 민영화 이후 과연 KT의 경영독립이 가능할지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마디로 정통부가 삼성·LG·SK 등 3사를 염두에 둔 ‘황금분할’ 구도가 SK텔레콤으로 인해 일거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KT 지분 참여는 일단 삼성·LG를 배제하는 한편으로 KT가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지분과 비슷한 지분구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절묘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한동안 대주주로 유력하게 거론돼 온 삼성을 밀쳐냄과 동시에 동종업계의 최대 경쟁업체이자 모기업인 KT의 1대주주로 등극했다.
그렇다면 KT의 경영독립은 가능한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전문경영인체제를 바탕으로 KT의 경영독립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더 나아가 현재의 체제 역시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정관·상법·공정거래법·전기통신공사법 등이 견제장치 역할을 하는데다 SK텔레콤이 대내외의 비난을 무릅쓸리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상법상 상호보유주의 의결권 제한 규정은 KT가 SK텔레콤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면 SK텔레콤은 KT에 대한 의결권을 갖지 못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KT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지분(9.27%)을 10%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상호주의 의결권 제한 규정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의미다.
하지만 기능이 강화된 사외이사의 경우는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사외이사의 경우 SK텔레콤이 자체 정관을 개정, KT에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주면 마찬가지로 KT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질 수 있다. 주총을 통해서도 물론 가능하다. 특별결의를 통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사외이사 추천권을 얻을 수 있다. 맘만 먹으면 사외이사직의 경우는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경영인체제 역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민영화특별법에 의해 동일인 지분한도가 15%로 제한돼 있었으나 민영화와 함께 이 조항이 사라진다. 이론상으로는 누구라도 주식시장에서 공개적인 주식취득을 통해 51%를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수주체가 어떤 방식으로든 경영에 관여하려는 행동을 보일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관개정에 대한 요구도 예상할 수 있다.
인수합병(M&A)에 대한 위협도 간과할 수 없는 부문이다. 물론 시가총액이 18조1400억원(20일 종가기준)대의 대규모 물량이니 만큼 시장에서 쉽사리 매입하기는 쉽지 않지만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SK텔레콤이 이번 KT 지분(9.55%)매입에 1조6000억원을 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조원대의 자금을 동원할 경우 1대주주의 자리를 꿰어찰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특히 동일인 지분한도가 민영화 이후 폐지된다는 점에서 삼성·SK간 지분경쟁은 물론 투기목적을 가진 외국계 펀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점을 들어 오는 7월 임시주총에서 공모제 등 현행 사장선임체제를 민영화 이후에도 유지하기 위해 정관을 손질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지난 주총에서 전문경영인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장의 해임을 주총특별결의로만 가능하도록 했으며 사외이사의 수도 7명에서 9명으로 늘리기는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예를 들어 사외이사의 수를 더 늘리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경제는 물론 국민편익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기업의 특성상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적인 기업인 IBM의 경우 11명의 이사 중 9명, AT&T의 경우는 10명 중 8명이 사외이사다. GM의 경우는 16명 중 14명이 사외이사로 채워지고 있다. 각종 감사위원회나 재정위원회, 경영위원회의 기능성도 채워져야 할 부분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