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월드> PC게임 ‘페이트’대기만성 꿈 이룰까

‘대기만성이냐, 허송세월이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국산 PC게임 ‘페이트’가 이달말 출시된다. 지난 99년 처음 개발에 착수한 뒤 무려 4년이란 세월이 흐르고서야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되는 셈이다.

 사실 ‘페이트’는 4년동안 게임명처럼 파란만장한 ‘운명’을 맞은 게임이다. 2년전부터 몇차례 잡힌 출시일이 번번이 불발로 끝난 것은 둘째치고 산고가 거듭되면서 중간에 제작사가 바뀌는 우여곡절까지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페이트’의 이런 운명이 되풀이되면서 유저들의 관심이 갈수록 사그라든 것도 사실. 따라서 ‘페이트’의 출시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사인 트론웰은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일단 과거는 묻어두고 완성된 게임 자체만 놓고 평가해 달라며 작품성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페이트’는 디아블로식의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게임방식이나 인터페이스가 디아블로와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게임을 실제 실행하면 디아블로와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선 ‘페이트’에는 용병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단지 동료만 있을 뿐이다. 이들 동료는 시나리오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파티에 참가하게 되는데 ‘디아블로’의 용병시스템과 달리 이들 동료는 언제나 한명의 주인공으로 게이머가 선택해 조종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 버튼을 클릭하면 게이머가 선택한 캐릭터만을 조종해도 알아서 전투를 한다.

 캐릭터 에너지를 좌우하는 ‘포션’을 재충전할 수 있는 점도 특이하다. 기존의 게임에서 포션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식의 일회용 소모품에 지나지 않은 반면 ‘페이트’에서는 포션을 충전해 사용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재활용’이 된 셈이다.

 마법창조시스템도 차원을 달리한다. 일반적으로 롤플레잉 게임에서 마법은 마을의 마법사에게 배우든가, 레벨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생긴다. 하지만 페이트에서는 몇가지 재료를 모아 게이머가 스스로 마법을 만들어야만 한다.

 이밖에 주인공 로니와 동료들이 전설로 전해지는 ‘유클리드의 검’을 찾아 떠나는 시나리오는 나름대로 독창성과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으며 팬터지 세계를 구현한 그래픽도 일품이다. 멀티플레이에서 롤플레잉 게임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뒤바뀌는 ‘깜짝쇼’도 등장한다.

 하지만 제작기간이 너무 길어져 김이 빠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페이트’의 운명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자못 궁금하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