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 및 영상물등급위원회측과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온라인게임 등급분류 문제를 둘러싸고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부분은 바로 PK(Player Killing)이다.
21일 양측이 처음으로 협의 테이블에 앉아 3시간 이상의 마라톤 회의를 하면서도 사행성이나 선정성 등 일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온라인 게임업체들도 문화부가 제시한 기준안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았지만 PK 부문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맞서 이렇다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문화부 측의 경우 PK는 폭력성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근본 요인인 만큼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PK도 게임성의 일부’라며 이를 등급분류 기준으로 삼을 경우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문화부=PK만큼은 강행하겠다.
특히 문화부 측에서는 사행성이나 선정성을 비롯해 아이템 현금거래 및 필터링 부분의 경우 업체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등급분류 기준에 포함시키지 않거나 기준을 대폭 완하한 만큼 PK 부분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PK는 게임상에서 유저가 다른 유저의 분신인 아바타를 죽이는 행위로 그동안 윤리적 문제가 심각한 논란을 빚어왔고 비록 가상현실이지만 타인을 죽이고 게임의 규칙을 어긴다는 측면에서 윤리적으로 용납받을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PK로 인한 유저들간 감정싸움이 현실속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심심찮게 벌어지는가 하면 PK를 당한 충격으로 임신부가 유산한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종종 사회적인 문제가 돼왔다.
더구나 문화부는 이번 기준안에서 PK 부문에 대해서도 제한된 범위에서 PK가 행해질 경우에는 12세 또는 15세 이상 이용가 등급으로 분류해줄 예정이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여기에 PK 부분까지 물러서면 이번 등급분류 시행 자체에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게 문화부의 생각이며 이때문에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게임업체=받아들일 수 없다
반면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PK’라는 용어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게임상에서 유저간에 대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살벌한 느낌을 주는 ‘PK’라는 용어보다는 정당한 대결을 의미하는 ‘PVP’라는 용어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용어상의 문제보다는 이미 다수의 게임이 PK를 허용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어 이를 18세 이상 등급으로 분류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를 반대하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생업체의 경우는 이제서야 온라인게임으로 수익을 올리기 시작한 상태라 등급분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반대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업체는 이날 회의에서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화부는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등급분류 심사 중간에 미리 해당 등급을 통보해줌으로써 이를 개선해 재심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한 만큼 업체들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므로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거나 문화부는 PK건에 대해서는 이날 제시한 안대로 다음달부터 심의를 실시한다는 방침으로 내주께 등급분류 기준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온라인게임 업체들도 등급분류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PK부문 운용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