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세대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으로 제기되고 있는 ‘ERPⅡ’를 놓고 국내 ERP시장의 선두업체인 한국오라클(대표 윤문석)과 SAP코리아(대표 최승억)가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ERPⅡ는 전통 ERP가 외부 협력업체 및 고객 등으로까지 영역이 확장되면서 CRM·SCM·EC 기능 등이 추가된 확장ERP를 넘어선 개념으로 ‘웹기반의 개방형 환경’과 ‘협업체계’를 핵심으로 한 통합 e비즈니스 플랫폼의 의미로 확장 해석되고 있다.
이는 가트너그룹이 ‘ERP는 죽었다’며 웹기반의 협업 커머스를 지향하는 차세대 개방형 ERP를 ‘ERPⅡ’로 규정, 이에 대한 개념논쟁에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왜 ERPⅡ인가=차세대 ERP에 대한 논의의 배경에는 ERP시스템 도입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든데다 최근 들어 기업간 시스템통합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고객사도 전통적인 ERP에 대한 투자확대보다는 CRM·SCM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가시적인 투자대비효과(ROI)를 기대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한 e비즈니스 요구가 날로 증가하면서 내부자원의 수직통합을 넘어 외부 기업 및 고객과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연계 요구가 높아지면서 웹환경 수용여부가 차세대 ERP시장에 대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선두업체 반응=현재 ERPⅡ와 관련해 SAP코리아가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SAP은 ERPⅡ를 개념을 현실화해 ‘실질적인 e비즈니스가 가능한’ 비즈니스 인프라를 제공,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ERP를 비제조업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mySAP.com를 통해 확장ERP모듈을 늘려온 SAP은 오는 3분기중 ERPⅡ 개념을 적용한 R/3의 차기버전으로 웹지원 기능을 강화한 ‘R/3 엔터프라이즈’를 내놓을 계획이며 다음달초 본사 주최로 열리는 ‘사파이어’ 행사에서 구체화된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오라클은 차세대 ERP로의 변화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SAP가 공론화하고 있는 ERPⅡ는 이미 소개되고 있는 확장ERP를 재포장한 개념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 오라클은 국내 현실에 비춰볼 때 ERPⅡ가 아직은 현실성이 없으며, 이미 자사는 ERPⅡ에 상응하는 ‘e비즈니스 스윗’을 통해 웹기반의 유연성과 개방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SAP가 실질적인 개방형 표준기술을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ERPⅡ를 새삼 강조하는 것은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망=업계는 아직 확장ERP와 ERPⅡ, 또는 차세대 ERP에 대한 구분과 개념이 모호한 상황이며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더욱 혼재한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웹서비스, 기업포털(EP) 등 웹기반의 e비즈니스 인프라의 활성화가 예상됨에 따라 ERP가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점은 공감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ERP벤더들의 확장ERP가 전문 e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업체에 비해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져 관련시장의 활성화는 향후 2∼3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ERP 벤더들이 ERP 솔루션 공급시 다양한 e비즈니스 솔루션을 무상 또는 저가에 공급, 완만해진 ERP 시장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어떤 개념으로든 개방형 ERP를 표방한 업체간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