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증시가 미 테러 위기감 고조, 다시 불거진 벤처비리, 원화강세 등 동시 다발적인 악재 속에 급락했다.
거래소시장은 전날보다 28.22포인트 하락한 837.56으로 마감, 840선 아래로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도 2.70포인트 떨어진 76.65로 추락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세의 원인으로 미국에서 테러 위기감이 높아지며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 증시가 폭락한 것, 원화강세, 유가상승 등 대외적 요인의 불안을 꼽고 있다.
이날 코스닥기업 가운데 벤처비리가 다시 불거진 것과 노동계가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내세운 것 등 내부적 요인도 시장 참가자들의 투자 심리를 크게 냉각시켰다는 평가다.
미국 시장은 전날 테러 위험에 대한 경고에다 경기선행지수상 경기회복이 아주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나스닥지수는 20일(현지시각) 전날보다 39.80포인트(2.29%) 떨어진 1701.59, 다우지수는 123.58포인트(1.19%) 내린 1만229.50으로 마감됐다. 이 같은 미국 증시의 하락은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 전환을 불러왔으며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에도 부담을 줬다.
원화 급상승에 따른 시장 충격과 함께 유가상승세도 주가흐름에 부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에 따라 수출비중이 높은 전기·전자주들은 이날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원화절상에 따른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은 사실상 억지 테마로 실질적 수혜주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국내 IT증시를 이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을 인하했다는 소식(128MD램 기준으로 4달러에서 3.60∼3.70달러로)으로 급락한 것도 지수하락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유가상승 역시 전량을 수입해 써야 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1분기 벤처기업들의 실적부진과 비리관련 악재가 수그러들 것 같았던 코스닥시장은 이날 다시 주가조작 문제가 불거지면서 약세를 보였다. 잠잠할만하면 터지는 비리와 주가조작 문제 등으로 코스닥에 대한 불안한 투자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뚜렷한 모멘텀없이 박스권 등락을 보이던 주가가 이날 급락하면서 기간조정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악재가 드러난 만큼 추가적인 시장의 급락은 없겠지만 상승 요인 또한 뚜렷히 없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수출주보다는 내수주, 벤처관련 종목보다는 사업성을 검증받은 일반주가 상대적인 안정을 나타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대규모 수주나 실적호전을 밝힌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는 여전히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