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파워콤의 민영화 등 통신업계가 구조조정에 휘말리면서 자금이 꽁꽁 묶여 정보기술(IT) 투자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장비는 물론 IT업계의 경기회복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1일 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KT의 민영화 과정에서 제 1, 2 통신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은 하반기 투자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현금을 보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어 당분간 투자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함께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등도 파워콤 입찰에 대응한 자금확보에 집중, 통신사업자들의 신규 설비투자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KT를 포함한 통신사업자의 투자를 당초 8조6000억원에서 1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가급적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토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대통신사업자인 KT는 올해 3조원 정도 투자할 계획이나 5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이렇다할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KT는 민영화 이후 수익 경영을 위해 현재 30%를 크게 웃도는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을 25% 이내로 낮추는 한편 최대주주가 될 SK텔레콤과의 지분 확보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늦추면서 여유 자금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KT의 보수적인 자금 운영 방침은 무선 자회사인 KTF와 KT아이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이번 KT 지분 참여로 2조원 가까운 자금이 묶이면서 사실상 신규 투자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특히 자회사인 SKIMT를 통해 준비하는 IMT2000 서비스와 관련한 투자도 당분간 중단할 수밖에 없어 IMT2000 서비스의 조기 개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밖에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등도 요즘 파워콤 입찰에 대응해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어 신규 투자에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처럼 신규 투자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신장비, 케이블 등 관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정통부는 아직까지 사업자별 투자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어 투자(예상)현황 조사와 함께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정통부가 지난 3월 밝힌 올해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규모(10조원)를 재점검하고 이를 통한 투자활성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관련 장비시장은 물론 IT시장 전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신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거의 모든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지분 확보 경쟁에 몰두하게 된 것은 KT와 파워콤의 민영화를 동시에 추진했기 때문이며 투자 축소 등의 민영화 역기능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만들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고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규모를 파악하고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