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더 킹 오브 파이터 2001 한일전

 정몽헌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이번 월드컵은 ‘처음’라는 수식어를 세 번이나 붙일 수 있는 의미있는 대회라고 말했다. 하나는 21세기 처음 열리는 월드컵 경기고 또 다른 하나는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라는 점이다. 마지막 하나는 무얼까? 바로 처음으로 공동 주최 월드컵이라는 점이다. 이 점 때문에 한일 합작 영화, 한일 합작 드라마가 봇물처럼 나오고 각종 한일 교류 행사도 연이어 펼쳐진다.

 게임 분야도 마친가지다. 게임 종주국이라 자부하는 일본과 최근 게임 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의 자존심 대회가 월드컵 개최를 기념해 수차례 열리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19, 20일 양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열린 ‘더 킹 오브 파이터 2001 한일 프로게이머 국가 대항전(이하 KOF2001 한일전)’이다.

 이번 대회는 한국과 일본에서 예선을 통해 선발된 양국 대표선수들이 참가해 ‘KOF 2001’의 최강자를 가리는 명실상부한 한일 게임전. 이를 위해 한국에서는 지난 2월부터 전국 예선과 리그전을 통해 4명의 선수를 선발했으며 일본 역시 지난 2월부터 동경과 오사카 등 지역별 예선을 통해 4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한국 대표로는 ‘이오리스배 KOF 최강전’의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각각 우승한 이광노, 박수호, ‘이오리스배 2002년도 KOF 1차 시즌’에서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이선용, 최동훈이 뽑혔다.

 또 GCN배 KOF2001 대회 우승자 마나부, KOF98 동서 대회 우승자 도루, KOF2000 푸와키배 대회 우승자 료타 및 관서GCN배 KOF2001대회 3위 입상자인 쓰요시가 일본 대표로 한국에 왔다. 특히 이번 대회의 참관을 위해 일본 아케이드 게임 전문잡지 ‘아카디아’ 취재기자단 3명을 비롯해 일본 게임센터 연합 단체인 GCN 회원 2명이 서울에 왔다.

 대회에서 오히려 긴장한 선수들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선수들이었다. 평소 저도 모르게 갖고 있던 적대감 때문일까. 내로라하는 KOF의 최고수들이지만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한동안 경기가 잘 안 풀렸다. 한편, 전반의 우세를 유지하지 못한 일본 선수들은 저마다 한국 선수들에게 한 수 배웠다고 고백한다. 일본의 한 선수는 “한국 선수들의 연습량이 상당히 많아 놀랐다”며 “이러한 연습량이 실력의 바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선수는 “일본에서는 게임 회사가 개최하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게이머들은 정말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이 역시 한국 게이머의 실력이 높은 이유로 생각된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이틀간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첫날과 둘째날의 선수들 표정은 사뭇 달랐다. 경쟁자로만 인식해 눈짓조차 정답게 나누지 못했던 첫날과는 달리 둘째날부터는 선수들 모두 게임 마니아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순식간에 친구가 되어버렸다. 말이 안통해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나중에는 몸짓, 발짓을 이용해 KOF의 고난이도 기술에 대해서도 서로의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는 등 매우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대회가 끝나자 어깨동무하고 함께 오락실을 간 것도 아케이드 게임 마니아로서 당연히 해야할 수순. 일본의 한 선수는 게임 비용이 일본에 비해 싸서 너무 좋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일본 선수들은 특히 한국에서 프로 게이머들이 하나의 직업으로, 더 나아가 스타로까지 대접받고 있는 것에 부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일본 선수는 “일본도 게임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덕분에 예전과는 달리 유명 잡지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등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아직 한국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한국 진출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결과는 한국의 완승. 단체전에서는 13대 3으로 한국팀이 이겼고 개인전에서는 한국의 최동훈이 우승했다. 이 대회의 중계방송을 맡은 온게임넷의 김진환 PD는 대회 결과 외에 성과도 높이 평가했다. “게임을 통해 한일 친선 교류의 물꼬를 튼 데 보람을 느낀다”며 “하반기에는 일본에서 한일전을 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게임넷은 이번 경기를 24일부터 6주간 방송하여 대회의 전과정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제작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