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17)-5/끝; 별주부 해로

 꼬마거북이로 설정된 ‘해로’는 많은 부분을 물에서 헤엄친다. 애니메이션 가운데 쉽지않은 것이 자연물에 대한 표현으로, 흐르는 물과 헤엄칠 때 튀기는 물방울의 표현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가다.

 제작기반이 안정돼 있는 2D 방식으로 자연물을 처리한다는 가결정을 내린 후 구체적인 테스팅에 들어갔다. 먼저 배경 레이아웃 작업 후, 2D 디지털 방식의 채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2D 배경 위에 3D 캐릭터 애니메이션 동작을 잡은 다음, 다시 캐릭터의 동작을 라인상태로 프린터 출력했다.

 애니메이션 동작들은 1초당 30프레임이므로, 단 10초 분량만 프린트한다고 해도 출력된 프린트물의 장수는 300장 이상이다. 2프레임당 1장씩 출력한다고 하면 150프레임이지만 그만큼 세밀한 연기는 떨어질 뿐 아니라 그 역시도 만만찮은 작업이었다.

 출력된 캐릭터 동작 위에 2D 원·동화팀에서 물결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드로잉하고, 스캐닝되어 디지털 채색과정을 거쳐 합성했다. 이러한 과정이 마무리된 후, 드디어 합성된 몇몇의 테스팅 장면을 내부 제작진들이 시사했다. 그 결과는 노력에 비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2D 배경과 3D 캐릭터가 트루컬러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 2D 셀이 단컬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질감뿐 아니라 물과 관련된 장면마다 이러한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예상 이외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다.

 만약 2D 원·동화팀이 디지털 화면 상에서 컴퓨터드로잉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키 프레임을 잡을 수 있다면, 과정의 많은 부분이 단축될 수 있겠지만, 펜마우스를 가지고 자유자재로 2D 원·동화 작업을 하는 제작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이제 제작방식을 결정해야만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2D 배경에 3D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합성이라는 점과 아울러 TV방영을 앞둔 26부작 장편의 부담감. 그리고 물이나 불 등의 3D 특수효과 처리 등. 그 외에도 제작과정 중 테스팅하고 의사결정을 해야할 세부적인 사항들은 제작책임을 맡고 있는 스태프들에게는 큰 부담과 과제 그 이상의 것이었다.

 책임을 수반하는 의사결정이라는 것은 조금 비약시켜 제작과정을 통한 ‘인성수련’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작 중에 겪게되는 크고 작은 난관을 감당해내면서 얻게되는 인생철학 내지 가치관 또는 위에서 언급한 인성수련을 느끼게 된다. 특히 간접적인 경험을 해보지 못한 새로운 제작방식이나 기획의 그 정도는 더더욱 가중되게 된다.

 우리는 특수효과에서도 3D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제작진에 대한 큰 신뢰다. 그 어떤 경우도 모든 것을 다 마련해두거나, 경험해보고 제작할 수만은 없다. 다 경험해 본 것이라면 그 만큼 새로운 시도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발전적이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제작방식에 대한 결정을 2D 배경에, 3D 캐릭터 또한 특수효과는 3D로 하기로 하고, 그 이후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는 기술적으로 해결하도록 준비했다. 또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 제작진 모두가 투철한 책임의식으로 최선의 결과를 얻어보자는 단순하고 결코 쉽지 않은 결론에 도달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직 제작에 몰두해 이제 곧 26부작 제작을 마무리하는 중에 있는 우리 제작진과 스태프들에게 깊은 전우애(?)와 감사를 느낀다. 이러한 값진 경험들은 ‘터미네이터2’ 등의 제작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태프와 프로덕션 TDRL과 더불어 이제 곧 공동제작될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을 위한 제작실력을 쌓는 기반이 되었을 뿐 아니라, 또한 현재 평양에 건설중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7월 완공을 눈앞에 두고, 북한에 있는 우리동포들과 함께 공동제작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면, 제작의 기쁨과 아울러 우린 깊은 신뢰와 보람을 함께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한신코퍼레이션 감독/PD 박정원 jullianapark@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