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Music]24일 개봉하는 후아유

 복잡한 기호와 디지털 코드 뒤에 자신을 적당히 감추면서 살아가는 네트워크세대의 사랑법은.

 24일 개봉하는 이나영·조승우 주연의 후아유(디엔딩닷컴 제작, CJ엔터테인먼트 제공)는 실제의 나보다 여러 개의 아이디와 아바타로 더 나를 드러내는 디지털사회에서 자기와 타자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묻는다.

 90년대에 ‘접속’이 있었다면 2000년대에는 ‘후아유’가 있다. 97년 발표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접속이 정보시대 초입에 들어서면서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현대인의 상실감, 외로운 일상, 그 속에서 피어나는 90년대식 새로운 사랑을 그렸다면 후아유는 그 이후의 이야기다.

 이미 디지털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단순한 탈출구로서의 채팅이 아닌 삶으로서의 아바타가 그려진다. 그들은 아바타 채팅을 통해 웃고 울며 사랑하고 좌절한다.

 2002년 서울 63빌딩. 채팅게임 후아유의 기획자 형태는 2년 넘게 준비해온 게임의 오픈을 앞두고 테스트 참가자 반응을 살피던 중 게시판에서 후아유를 비방하는 ID 별이의 글을 읽고 분개한다. 그런데 그녀가 같은 건물의 수족관 다이버라는 것을 알게 되고 베타테스터 인터뷰를 빙자해 찾아갔다가 엉뚱하게 당돌한 그녀의 모습에 반하게 된다.

 형태는 멜로라는 아타바로 자신을 숨기고 인주가 아닌 ID 별이의 게임파트너로 접근하지만 온라인과 현실 양쪽에서 그녀를 알아가는 묘한 느낌을 가지면서 점점 그녀에게 빠진다.

 인주는 자기를 알아주는 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지만 현실의 형태는 게임으로 떼돈을 벌려는 이기적인 속물로 취급한다. 형태는 자신의 아바타에게 질투를 느끼며 자신이 멜로임을 고백하지만 그녀가 만나고 싶은 것은 사이버 세상의 멜로일 뿐 형태라는 오프라인 존재는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후아유는 신세대, 디지털세대에 어필하는 다양한 요소를 갖고 있는 영화다. 게임 개발기획자인 형태의 일상이나 각종 아바타 게임의 장면들, 인주가 현실의 어려움을 아바타 채팅을 통해 풀어나가는 모습 등은 젊은이의 공감대를 얻기에 충분하다.

 부모나 형제 등 형태와 인주를 둘러싼 가족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이버 대리가족이 성행하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청각장애로 좌절의 겪은 인주의 상처가 3년 동안 만났던 절친한 친구의 조언이 아닌 며칠 만에 만난 ID 멜로로 인해 아무는 것 역시 현재 시대상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제작사인 디엣딩닷컴은 젊은 게임 벤처인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63빌딩 58층 전체를 임대해 사무실 세트장을 만드는 등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게임 제작비 3억원을 비롯해 투입된 순제작비만 총 21억원 규모. 멜로영화 가운데서는 상당한 대작인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시사회 이후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이 젊은 층과 나이든 층, 벤처 기업인과 일반 기업인 사이에 상당히 엇갈린다는 점. 영화가 한 시대를 상징하는 언어임을 다시한번 말해주는 것 같다. 12세 이상 관람가.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