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M&A 전략의 변화

 ◆조석일 코코넛 사장

 세계적인 시스템 기업이었던 컴팩이 휴렛패커드와의 합병을 통해 설립 20년만에 그 이름이 사라지고 통합된 법인으로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정보기술(IT)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또 최근 흡수합병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한 법인의 대표로서 만감이 교차했다.

 인터넷과 e비즈니스의 붐 이후 업계는 참으로 빠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수많은 업체가 생겼다 없어지고, 사람이 짝을 짓듯이 한 집 살림으로 합치는가 하면 자식이 커서 분가를 하듯 분사하는 일도 빈번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업계 분위기 속에서 유행어처럼 자주 회자되는 어구 중 하나가 아마 ‘M&A’가 아닐까 싶다.

 M&A란 기업간 인수합병을 의미하는 ‘Merger and Acquisition’의 약자다.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업무 재구축의 유효한 수단으로 행해지는 기업의 인수합병 활동을 얘기하는 것으로 기업 내부 자원만으로는 기업발전에 어려움을 느낄 때 외부의 경영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경영상의 중대한 결정 중의 하나다.

 그러나 처음의 의도대로 경영상의 효율을 기해 신속한 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M&A 열풍에 힘입어 미국과 유럽에서 2000년에 이미 전세계 M&A 규모는 2조3000억달러를 웃돌았으나 이후 이 중 60%가 실패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다.

 합병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모든 일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숙제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단순히 새로 결혼한 부부가 단지 서류상으로만 한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재산, 가치관,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 하려면 수많은 이해와 절충의 과정을 거쳐야 하듯이 법인의 결합도 마찬가지다. 두 기업의 모든 자원, 지식, 업무 방식 등이 긴밀하고 일관성 있게 이뤄지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 많이 있다.

 조직을 신속히 안정시켜야 하며 그로부터 합병 첫해의 실적이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합병의 결실은 성대한 합병 마무리 발표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합병절차가 마무리 된 시점부터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고 화학적 작용을 해 낸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속히 조직을 융화시키고, 새로운 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며 관리자와 직원간, 그리고 경영진과 주주사간 지속적인 유대관계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 역시 성공을 위한 필수적 요건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꼽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을 통합하면서 신속한 통합사업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입각해 적정 규모와 체계를 가진 조직을 구성하는 작업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에 따라 각 단계별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구축되고, 권한이양 범위의 결정, 기여도에 따른 직원들의 사기앙양을 위한 포상제도 등은 이 뒤에 반드시 따라 주어야 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런 과정을 무리없이 거친다면 그 M&A는 신속한 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인통합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인사가 만사’라는 생각이다. 결국 조직은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며,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움직여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경영철학과 비전도 모두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정보보안 업계에도 최근 합병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합병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시장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많다는 지적을 자주 받고 있는 보안업계에서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지 못한 기술과 인력을 효과적으로 얻어내기 위한 합병보다는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핵심역량을 집중하여 대표 분야를 키워내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요구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젠 인수합병도 업적주의보다는 실적과 결과로 이야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