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민영화가 현재의 공적 독점현상을 띠고 있는 통신사업을 사적 독점 형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KT의 완전민영화를 앞두고 통신업계에서 흘러나오는 걱정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이같은 우려 속에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이 KT의 최대주주로 등극함에 따라 ‘SK통신왕국’ 출현 가능성과 더 나아가 통신업계 판도의 쏠림 현상이 극심해질 것으로 보고 정부가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비대칭 규제를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대칭규제 정책으로는 시내망(가입자선로) 중립화, 번호이동성 조기시행, 접속료 인하 등이 있다. 이중 시내망의 공동활용을 포함한 중립성 문제는 SK텔레콤이 KT 지분매입의 주요 이유로 내세울 만큼 통신업계 공정 경쟁의 키포인트다. 누구나 시행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시점이 문제다.
후발사업자들은 번호이동성의 조기 시행을 요구한다. 번호이동성이란 통신서비스 가입자가 사업자를 변경하더라도 기존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동전화의 경우 011가입자가 016으로 옮기더라도 011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시내전화도 마찬가지다. 번호이동성이 되면 후발사업자가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선발사업자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는 현 여건을 고려해 다양한 시행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동전화의 경우는 일단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서비스를 개시한 후 6개월 이내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IMT2000서비스가 지연되고 있어 언제 시행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시내전화의 경우는 KT의 반전자·아날로그 교환기를 교체해야 하므로 쉽지 않다. 기득권자인 KT가 엄청난 비용이 투자돼야 한다는 점을 들어 미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시내전화 번호이동성과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을 시행해야만 경쟁활성화와 소비자 편익증진 차원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기에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접속료 문제 역시 유효경쟁을 위해 지속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이동전화 상호접속료 산정방식을 내놓으면서 사업자간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최선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원가와 접속료간의 차액인 원가절감분을 바탕으로 기준접속료를 산정해 유선과 무선간 요금, 유선과 유선, 무선과 유선간 접속에 따른 요금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후발사업자들은 번호이동성 미도입에 따른 접속료 수지 불균형이 경영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시내망 접속료를 더욱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유선사업자의 경우는 시내망의 접속료를 현행보다 40% 이상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가입자 유치를 위한 수단인 판촉비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칫 정부가 사업자간 시장경쟁에 개입하는 모습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으나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간 공정경쟁체제를 구축하는 데 유효한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유선사업자의 경우 시내전화 사전선택제를 도입, 조기에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제도는 EU 등 해외에서는 채택되고 있으며 사전에 선택한 사업자를 통해 시내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시내전화사업자가 용이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우는 다르나 요금통합고지서 역시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시외전화 요금을 KT요금고지서에 통합,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요금통합고지서가 사업자간 요금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복수 고지서 발송으로 인한 가입자의 불편을 최소화해 후발사업자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제전화로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