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원달러 환율하락으로 반도체, 이동통신단말기, 셋톱박스 등 정보기술(IT) 분야 수출주도 종목들이 2분기부터 실적 및 순익감소 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부정적인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2일 증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 연말 원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IT경기가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어 수출물량 증가 등으로 달러 약세의 악영향을 대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달러가치 속락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업종의 채산성이 나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수출 자체는 늘고 있는 추세여서 악영향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며 “미국 하이테크산업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IT부문 수출주력군으로 통하는 반도체는 환율 흐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종목이지만 수출물량 증가, 거래가격 상승 등으로 환율하락에 따른 부정적 요소를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창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예상외로 빨리 떨어지면서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의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전세계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고 있어 환율 하락분을 상쇄하면서 균형을 잡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전세계 메이저 반도체 업체들이 대부분 비 미국계 업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를 국내업체만 입는 것이 아닌데다 거래가격 상승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수출 증가세가 가파른 이동통신단말기 부문도 환율하락에 따른 순익 감소액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의 이동통신단말기 수출이 처음 부터 고부가가치 제품과 고급화전략으로 일관됐던 점이 환율하락에 따른 피해정도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동통신단말기 수출 지역이 유럽이나 중국 등 비 미국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원달러 환율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수출 비중이 높은 대표적 IT제품인 셋톱박스부문도 환율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아직까지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최용호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셋톱박스의 원재료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완제품 마진이 높은 제품이어서 환율하락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면서 "환율보다는 수출물량 확보가 셋톱박스업종 실적에 보다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