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HP 한국지사가 22일 정식 출범했다.
HP와 컴팩 임직원 1400여명은 22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통합 HP 한국지사 출범식을 개최, 신 HP 한국지사의 출범을 공식 선포했다.
신 HP 한국지사 출범이 공식 선포됨에 따라 엔터프라이즈시스템그룹(ESG)·퍼스널시스템그룹(PSG)·이미징앤드프린팅그룹(IPG)·IT서비스그룹(ISG) 등 4개 그룹의 임원(레벨4) 선정과 명예퇴직 규모 및 프로그램 등의 사안이 조만간 가시화될 전망이다.
최준근 신 HP 한국지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합병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사람 모두가 있는 줄 안다”며 “과거를 추스리고 새로운 출발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신 HP 한국지사의 키워드는 ‘화합’=신 HP 한국지사 출범에 참석한 이들 모두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문화적 통합’을 꼽았다. 실제 신 HP 한국지사는 과거 한국HP와 컴팩코리아라는 이질적인 두개의 집단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와 더불어 엄격히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각 그룹간 협력체제를 만들어야 하는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ESG 강성욱 그룹장(전 컴팩코리아 사장)은 이와 관련, “신 HP 내 그룹이 접하는 고객 호스팅 모델에서 볼 때 ESG가 맡게 되는 기업고객은 합병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위치”라고 전제한 뒤 “그럴수록 서비스를 비롯한 다른 사업군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SG를 이끌 유원식 그룹장은 “과거에 어떠했든 신 HP는 직원들에게 행복과 번영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IPG를 이끌 이기붕 그룹장도 이번 합병을 ‘중매 결혼’에 비유하며 “가정을 잘 이끌 부모의 마음을 갖고 신 HP 한국지사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최 사장의 ‘내부 결속력 다지기’는 대 노조정책에서도 나타난다. 최 사장은 22일 행사에서 이례적으로 HP 노사위원회 노측 대표 박정재 차장과 컴팩노조 문제남 위원장을 공식 소개, 파트너 관계임을 강조했다. 이미 출범식 전인 20일 컴팩을 방문, 서비스부문 임원진을 만난 최 사장은 컴팩노조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출범식을 마친 후 공식 자리를 갖자”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일정과 과제=최 사장은 오는 11월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조직정비를 마칠 예정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신 HP 한국지사는 ‘포스트 머징 인티그레이션(PMI)’이란 합병 전담 조직을 결성했다.
우선 관심사는 명예퇴직의 폭. 양사의 통합인력은 1450여명이지만 퇴직폭은 예측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내부 관계자는 “신 HP는 4개 그룹이 철저한 독립채산제 형태의 경영이기 때문에 당해연도 매출목표가 우선 결정돼야 한다”며 “최 사장을 비롯한 4개 그룹장은 모두 아태지역 매니저가 다르기 때문에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부문별 ‘쿼터’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명예퇴직의 폭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 명예퇴직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발표되면 보름에서 한달 정도 이내 희망퇴직자를 접수하고 이들이 실제 조직을 떠나는 기간에 2∼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9월 말께 인원정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밖에 고객 투자보호나 채널정책 등에 대한 신 HP 한국지사의 대안도 주목받고 있다. 신 HP는 적당한 시기를 고려해 마이그레이션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미니인터뷰>
―신 HP 한국지사가 공식 출범했다. 소감은.
▲과거 HP와 컴팩의 한국지사는 여러 면에서 시장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두 회사의 제품이 합쳐져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게 됨에 따라 신 HP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공정경쟁과 고객서비스를 통해 한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모범 기업이 될 것이다.
―예상보다 통합 일정이 지연돼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한다. 통합이 완료되는 시기를 언제쯤으로 보는가.
▲오는 11월이면 HP의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된다. 법적, 물리적인 통합은 10월까지를 목표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남는 문제는 조직 내부의 융합 과정에서 천천히 풀어나갈 것이다.
―통합조직의 초대 CEO로서 조직운영과 관련해 세우고 있는 최우선 방침이 있다면.
▲내부적으로는 무엇보다 화합과 단결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처음에 밝혔듯 신 HP 한국지사의 성공과 실패는 이질적이 두 조직이 ‘문화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에서 결정된다. 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