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 월드컵 향해뛴다]해외에서 본 IT 월드컵

 월드컵을 일주일 앞두고 전세계인들의 이목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을 IT월드컵으로 규정,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을 전세계인에게 과시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과 기업들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이제 ‘세계 정보기술(IT) 현황을 알고싶거든 눈을 들어 한국을 보라!’는 메시지가 전세계에 타전되기 시작했다.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한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는 우리나라 IT산업을 세계인들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점검해 본다.

 

 ◇일본

 “한국-일본-중국이 어깨를 나란히 할 때가 왔다. 월드컵을 계기로 무르익은 ‘IT강국’ 한국이 경제대국 일본 및 신흥시장 중국과 함께 새로운 협력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인덱스(http://www.indexinc.co.jp) 기술부문 총괄부장 오카 노부유키는 한국이 세계 각국에 심어놓은 IT부문 이미지에 대해 이같이 얘기한다. 이는 물론 오카 부장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ADSL’ ‘PC방’으로 대표되는 브로드밴드에서 ‘CDMA’로 이어지는 ‘IT강국’ 이미지는 이미 일본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낯선 표현이 아니다.

 한국 엔지니어와 함께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적도 있는 오카 부장은 한국 기술인력의 개발력이 뛰어나고 정서와 발상도 중국·인도 엔지니어들에 비해 일본과 비슷해 일하기 편했다며 한·일간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월드컵을 계기로 ‘오랜 지기이자 낯선 타인’처럼 서로를 대하던 한·일문화가 가까워지는 가운데 일본내 한국IT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내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내놓아 이목을 끈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의 후쿠나가 총무인사본부 부장은 한국 IT인프라가 만들어 놓은 온라인게임 개발·관리·운영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게임기에 강한 소니 입장에서 브로드밴드를 이용해 네트워크 게임을 실제로 운영한 경험이 있는 한국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라며 “네트워크 게임과 관련, 서버관리 및 운영 노하우는 물론 관련솔루션 개발에 대해 더욱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소니가 이달 파이널판타지를 PS2용 네트워크 게임으로 출시한다”며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와 제휴를 희망했다.

 영상기술견본시인 ‘인포콤 재팬2002’의 종합 기획·경영을 맡고 있는 업체 그랜디르의 마쓰다 아키라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IT인프라가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국의 초·중등학생들은 가정과 학교에서는 물론 거리의 인터넷카페 및 PC방에서 최고 수준의 광대역 서비스를 만날 수 있다면서 특히 교육현장에서 이를 활용해 교육체제가 충실해지고, 이는 학문은 물론 비즈니스 영역에서 좋은 인재를 빠르게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월등히 정비된 브로드밴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및 벤처기업의 급속한 성장은 앞으로 비즈니스 국제 사회에서 한국경제 경쟁력의 한 축이 될 것이란 점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일본 IT관계자들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무엇을 가장 보고 느끼고 싶어할까.

 “인터넷이나 매스미디어 등을 통한 정보는 결국 간접적이어서 직접 한국에 가서 체험하지 않으면 한국 IT의 현위치를 가름하기 어렵다”는 오카 부장. 채용에 앞서 신입사원들에게 한국 IT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는 그는 “신입사원들의 대답은 주로 잘 모른다였다”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라면 다들 PC방이란 이름을 들어보았지만 실제 PC방이 어떤 공간인지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고 설명한다. 그는 한국 IT의 동향을 알아볼 수 있는 SEK 등 IT전시회가 자국에 보다 활발하게 소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나아가 개인적으로 IT인프라가 한국민의 일상생활 속에 어떤 형태로 녹아들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PC방은 물론 일반가정·관공서 등 일상 공간을 방문하거나 물류나 유통거점이 되는 백화점·대형 할인매장·편의점 등을 찾아가 현장 POS에 IT환경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주민정보 및 인감증명 전산화 등 전자정부(e-government)의 구현으로 주민서비스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한국의 IT산업이 월드컵을 계기로 방송·통신기술에 일대 진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이득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88올림픽 당시 스포츠경기에서 선수들이 역량 이상의 능력을 선보여 국가 이미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월드컵에서도 경기성적은 물론 IT 역시 강한 이미지를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낙관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유럽·미국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의 국민이든, 출전 못한 국가의 국민이든 ‘2002 한·일월드컵’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은 다른 대회에 비해 유달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프랑스 월드컵까지 22회의 대회 가운데 우승을 유럽과 남미가 똑같이 나눠 갖고 있어 이번 한·일월드컵으로 대륙별 우열이 결정나는데다 이번 월드컵이 유럽이나 남미가 아닌 제3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개최지 국가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고 세계 각국 언론들은 공동개최국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한국에 대해 더 많은 시간과 공간을 할애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정보기술(IT) 현황을 주제로 특집기사를 실어 주목을 끌었다.

 FT는 우리나라를 ‘디지털기술의 산실’이라고 추켜세웠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선진적인 디지털 데이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휴대폰도 여타 국가들에 비해 훨씬 발전한 형태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앞선 광대역기술 및 무선인터넷 활용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월드컵기간 중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국 젊은이들이 삼성전자나 LG텔레콤에서 생산한 컬러스크린 휴대폰으로 손쉽게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풍경을 낯설지 않게 접하게 될 것이라며 부러움까지 나타냈다.

 FT는 한국 통신시장의 양적 팽창에 우선 놀라움을 나타냈다. 지난 3월 현재 3000만명에 달하는 한국 무선통신 가입자 중 4분의 1인 700만명 이상이 2G와 3G의 과도단계인 2.5G 서비스 가입자이며 이 숫자는 올해 말까지 1500만명으로 급속히 확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무선기술 개발업체인 임블레이즈 시스템스의 엘리 레이프먼 최고경영자(CEO)는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으로 와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면서 “인프라가 뛰어나고 특히 국민들이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한국 이동통신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65%를 차지하는 유럽 GSM방식이 아닌 미국 CDMA방식을 기술표준으로 삼고 있어 세계 여러 지역들과 기술호환이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간판기업인 SKT와 KTF가 3G 기술표준으로 GSM방식에서 발전한 W-CDMA방식을 선택, 기존의 CDMA방식에 근거한 기반시설들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알카텔의 마케팅 담당자는 “한국에서는 이미 2.5G가 3G 기술을 포괄하고 있다며 진정한 의미의 3G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업계 역시 우리나라의 통신, 특히 광대역 인터넷 인프라에 찬탄을 보내고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올해 말까지 고속인터넷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감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미국인들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PDA나 휴대폰을 통해 월드컵을 감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의 추진력이 뒷받침되고 있는 바도 크지만 그보다는 국민들의 IT에 대한 관심이 유달리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과 미국민들이 내린 한국 IT산업에 대한 결론은 매우 호의적이다. 한국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자신들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고 앞으로도 앞서갈 것이 분명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