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증권 서비스에서 정보기술(IT)은 이제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돼버렸습니다. 증권전산협의회는 각 증권사의 IT역량을 한 곳에 모아 투자자를 보호하고 업계 전산분야의 공동발전을 이루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지난 15일 전격출범한 증권전산협의회의 박병주 초대 회장(42)은 증권 업계에서보다는 IT분야 협의회로서의 역할을 새삼 강조했다.
한국증권업협회를 중심으로 삼성증권, LG투자증권, 대우증권 등 10개 주요 증권사와 금융감독원, 증권거래소 등 7개 관련기관의 정보시스템 책임자로 구성된 증권전산협의회는 출범한 지 10일도 안됐지만 증권정보시스템 분야의 명실상부한 대표기구다.
“지금까지 해당사별로 독자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돼 오던 각종 정보시스템 업무를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는 것이 출범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대표기구라는 명함에 걸맞게 협의회는 출범하자마자 박병주 회장을 중심으로 증권업계가 당면한 각종 현안에 대한 검토작업에 나섰다.
“인터넷기반 온라인 트레이딩을 보다 안전하게 구현하는 것이 증권업 활성화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박 회장의 이같은 야심찬 계획에 따라 협의회는 연내에 국내 모든 증권사의 온라인 트레이딩서비스에 공인인증제도를 도입시킨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따지고 보면 공인인증제도의 확산은 협의회 출범의 배경과 취지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사업이 아닐 수 있다.
협의회의 이같은 방침은 때마침 정부에서도 오는 10월부터 모든 온라인트레이딩시 공인인증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중이어서 협의회 업무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3년 내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현행 4자리 발행체코드를 5자리로 확장시키는 사안도 협의회를 통해 상정할 계획입니다.”
증권업계에서 대두되고 있는 현안들을 해결하고 나아가서는 증권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겠다는 협의회 회장으로서 당찬 포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협의회 회원에 증권사 관계자뿐 아니라 증권관련기관 관계자들을 참여시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면서도 박병주 회장은 자신을 낮추는 데 인색하지 않다.
“저의 역할은 증권업계의 의견을 조율하고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행정적인 것일 뿐입니다. 증권전산협의회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지요”라고 말한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증권업계의 발전에 작은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