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텔레콤 등 통신서비스주가 침체된 국내 증시에 비상구를 열어줄까.
통신서비스주는 최근 SK텔레콤의 KT 지분 장악을 계기로 장기간 소외됐던 종목에서 벗어나 진정한 경기방어주의 면모를 새롭게 다질 것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23일 급락장세 속에선 일단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23일 SK텔레콤이 전날에 비해 0.72% 소폭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KT, KTF, LG텔레콤,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 전 종목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KT는 전날에 비해 2.77%나 빠지며 정부 지분 매각 성공 이후 탄력을 받던 주가 상승분의 절반 정도를 까먹고 말았다.
최근 강력한 외국인 매수세 유입으로 상승 기조를 이어가던 KTF도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전날보다 0.58% 떨어진 4만3100원으로 마감됐다. LG텔레콤, 데이콤, 하나로통신도 줄줄이 3%대의 하락세를 보이며 주저앉았다.
김정열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통신주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오는 27일부터 거래되는 KT지분 매각물량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컸던 때문”이며 “최근 2주 가까이 이어져온 통신주 강세에 따른 반응으로 일부 차익매물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통신서비스 종목 전반의 하락장세가 일시적 현상이란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통신서비스주가 최근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증시가 한단계 뛰어오를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통신서비스주가 환율 변동에 비교적 자유롭고 내수 기반을 중심으로 실적을 탄탄하게 쌓아가고 있다”며 “수급 상황의 불확실성만 해결된다면 개별종목의 주가 상승은 물론 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KT 매각 물량만 자연스럽게 흡수한다면 부정적인 요인은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 매수세가 통신서비스주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23일에도 외국인들은 SK텔레콤, KTF를 각각 12만5000주, 13만주 정도씩 순매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외국인들이 급격한 달러 약세에 불안해하면서도 내수 기반이 좋고 안정적인 통신서비스주를 선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통신서비스주가 수급문제로 촉발된 단기적 열세를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받아들여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통신서비스주가 증시의 활력소가 되기 위해선 당장의 수급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이 것만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실적, 환율, 성장성 등 어떤 문제도 걸릴 것 없는 통신서비스주가 침체된 증시 탈출의 희망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