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가장 탄탄한 정보 인프라를 갖춘 업체를 꼽으라면 단연 LG유통이다. 정보기술(IT)에 가장 먼저 눈을 떴으며 국내 경기와 관계없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덕택이다. 유통업계의 ‘정보화 전도사’란 별명이 결코 흰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LG유통은 다른 유통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LG 내 어떤 계열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높은 정보화 지수를 자랑한다.
왕영철 상무(50·정보서비스 부문)는 LG유통의 모든 전산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IT 사령관이다. 지난해 LG유통에 합류했지만 1년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LG유통의 정보 인프라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정보기술은 기술과 관리가 조화를 이룰 때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와 경영을 위한 IT가 되어야지 IT를 위한 IT가 되어서는 제아무리 막대한 투자를 했다해도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왕 상무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일 만큼 이미 구축한 시스템의 관리가 중요하다”며 “하나의 프로세스로 움직이는 유통업계에서 관리 부실로 인한 시스템의 장애는 그야말로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왕 상무의 이같은 IT마인드는 나름의 경력과 노하우에서 엿볼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의 첫 출발지가 LG전자 영업본부였다. 당시만 해도 전산 시설은 LG전자 전산센터에 있는 펜티엄 PC급 컴퓨터가 고작이었다. 전공이 상경 계열이면서도 왕 상무는 영업본부보다도 전산센터에 더 자주 들락거렸다.
“비록 전공이 달라 전산의 이해와 개발 능력은 떨어졌지만 영업 흐름을 잘 알고 있어 이를 IT에 접목하면 큰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당시 전산담당자를 설득해 개발한 급여와 재고 관리 프로그램은 10년 동안 LG전자에서 사용할 정도로 히트 상품(?)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왕 상무는 본의 아니게 컴퓨터 전문가로 분류됐으며 지금까지 IT업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경험 때문인지 지금도 IT와 업무가 철저히 연계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유통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통업계는 24시간 비상 체제에 들어가 있습니다. 고객과 만나는 시간뿐 아니라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24시간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장애 관리와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최근 140억원을 투자해 LG마트의 850개 정보 시스템을 전면 교체한 것은 이같은 전략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정보시스템 업그레이드와 함께 왕 상무의 또 하나의 관심사는 LG유통과 마트, 백화점 통합에 따른 새로운 전산 인프라 구축이다.
“회사의 통합은 IT인프라의 통합에서 출발합니다. 중복되는 전산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조정해야 하며 고객관리시스템, 인사와 물류 시스템 등을 일관된 아키텍처로 통일해야 합니다. IT인프라 통합의 성공 여부가 곧 회사 전체의 성공 지표라 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왕 상무는 향후 유통의 경쟁력은 IT를 빼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