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부품 유통업계 `이중고`

 최근 PC 부품 유통업계가 수요 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와 중소 통신판매업체들의 잇따른 사업중단으로 자금 회수의 어려움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용산, 테크노마트 집단상가 업체들은 지난 3월부터 비수기에 접어들며 매출이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다. 업체와 부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주요 부품의 판매량이 평균 30% 가량 감소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실적은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20% 가량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각 업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제품의 가격을 잇따라 내리며 매출 회복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도리어 가격경쟁을 초래, 유통 마진율만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용산에서 PC부품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상가에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거의 끊겨 아무리 가격을 내려도 매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전체적으로 조립PC 판매가 감소하며 용산 시장 전체가 매출 감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부품 유통업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인터넷 등을 통해 부품과 PC를 판매해오던 소규모 유통업체들과 일부 중간 유통업체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부도를 내면서 자금난이 가중되는 점이다.

 소규모 통신판매업체들은 그동안 용산, 테크노마트 등에서 부품을 조달, 인터넷을 통해 B2C형식으로 조립PC 및 부품을 단품 형식으로 판매해 왔으나 최근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을 중단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에 부품을 공급해온 업체들은 공급 대금을 적기에 회수하지 못해 자금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몇몇 악덕 상인들이 흑자부도를 내고 잠적하는 사례들도 나타나면서 피해업체가 속출하고 전체 부품시장의 자금 회전에도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들은 제조사나 총판, 대리점 등에서 물건을 어음이나 여신으로 대량 조달하고 소비자와 하위 딜러에게는 현금으로 물건을 판매한 후 잠적해버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당분간 매출이 줄더라도 대금 회수에 안전이 보장되는 업체들에만 제품을 공급하는 등 긴축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악성 채권 등의 발생을 방지하고 비정상적 유통 형태를 막기 위해 담보물 설정 등 여신거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메인보드 수입 유통업체인 엠에스디의 관계자는 “수요예측이 빗나가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덤핑, 흑자부도 등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당분간 매출이 줄더라고 여신 거래를 줄이는 한편 우량 거래처 발굴에 적극 나서서 자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