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품질경영(TQM)을 산업자원행정 전반에 접목시켜 고객감동을 구현한다.’
산업자원부가 기업의 경영원리를 행정에 도입,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 화제다. 산자부는 지난 4월부터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를 맞아 △지식경영체제 도입 △고객감동행정체제 구축 △조직운영체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산업자원행정 혁신 종합대책’을 수립, 추진중에 있다.
산자부의 이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는 올해로 공직생활 30년을 넘긴 임내규(57) 차관이다. 그는 “행정조직의 궁극적 목표는 ‘고객감동’이 돼야 한다”며 지난 2월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행정혁신 종합대책을 수립케했다. 산자부의 고객은 바로 기업이며 기업을 감동시킬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펼치기 위해선 내부조직 및 직원들이 먼저 혁신을 통해 변해야 한다는 게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터득한 그의 확고한 행정철학이기 때문이다.
“21세기 새로운 화두는 경쟁(Competition), 고객(Customer), 변화(Change)의 3C로 집약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 차관은 산업자원행정 혁신의 추진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정보기술(IT) 및 e비즈니스의 팽창으로 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산업화 시대의 경쟁이 디지털시대의 경쟁으로 전환되고 지식·기술·정보 등 무형적 생산요소가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으로 작용하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또 디지털경제의 진전으로 힘의 중심이 고객으로 이동하면서 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전략은 고객만족, 더 나아가 고객을 감동시키는 길뿐이다. 따라서 정부 부처도 기업에 필요한 효율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선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야 하며 특히 조직의 핵심역량을 키우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임 차관은 “산자부는 앞으로 △세계 일류의 실물경제로의 도약을 추구하고 △기업 제일주의에 입각해 기업의 애로 해소에 앞장서며 △신아시아 경제를 주도하기 위해 국제화 및 지방화를 선도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조직을 혁신해 나가는 부처로서 거듭날 계획”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임 차관은 이러한 비전과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산업자원행정에 총체적 품질경영, 지식경영, 창조경영, 학습조직 등 4대 경영혁신 원리를 과감히 도입했다.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이른바 총체적 품질경영을 통해 품질, 가격, 납기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합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행정서비스도 기업을 감동시키려면 이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고객감동행정체제 구축을 위해선 학습조직화를 통해 조직의 업무수행 효율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합니다.”
산자부는 이러한 경영원리를 실천하기 위해 우선 18개 주요시책, 89개 중점과제, 371개 세부 추진과제를 한데 모아 인트라넷인 통합정보관리시스템(CIE-Net) 상에 ‘시책 및 과제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과제 관련 지식의 창출과 공유, 확산을 유도해 나갈 예정이다.
또 CIE-Net상의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지식분류체계를 작성, 개인별로 보유한 모든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류·저장해 업무수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식포털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종의 ‘지식모으기 운동’을 통해 축적된 지식의 원활한 공유를 위해 ‘지식 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해 우수 지식 창출자에게 포상금 등 인센티브를 지급할 방침이다.
“요즘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는 단연 수출입니다. 비록 4월 들어 수출이 14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됐지만 지속적인 수출증대를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자부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300대 수출기업에 대해 장·차관을 포함한 전직원을 수출상담역(전담에이전트)으로 지정, 고객 특성에 기초한 ‘1대1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후관리하는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고객감동행정을 구현키로 했다.
“고객감동을 위한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조직운영체계를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 차관은 인사행정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른 직위로 전보시 경력과 실적에 따라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단계별 보직경로를 전하는 보직경로사전예고제를 도입했다.
그는 또 직급별 전보인사를 정례화하고 보직 결원시 본인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수요조사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총무과에 인사애로해소 창구를 설치, 자신이 직접 매주 토요일 오후 직원애로상담에 나서고 있다. 산자부가 다른 어떤 부처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임 차관이 취임하자마자 단행한 이러한 인사혁신 덕분이라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임 차관은 이외도 생산성 높은 고효율조직 구현을 위해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즉 정시 출퇴근 원칙을 준수하되 시간외 근무가 필요할 경우 사전업무지시 예고제를 시행하는 한편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집중근무시간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이 시간 외에는 현장방문 등 개인별 시간활용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임 차관은 여직원들에게 단연 인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차관 취임 직후 근무환경 개선 차원에서 과천청사 최초로 여직원 종합휴게실을 조성해 임신중인 여성공무원과 휴식이 필요한 여성공무원들에게 미용실 기능을 겸한 프라이버시 공간을 제공했다.
요즘 임 차관의 최대 관심사는 모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1주일 앞으로 다가온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한·일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 축(Hub)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과 무서운 속도로 경제강국으로 부상중인 중국 사이에 있는 한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리적 조건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선 한국이라는 조직을 최대한 효율화시키는 한편 기업이라는 구성원들의 경쟁력을 세계 일등 수준으로 끌어올려 한·중·일 3국간 힘의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임 차관은 역설했다.
끝으로 최근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유사한 중복업무를 맡은 부처간 통폐합 문제와 관련, 임 차관은 “고객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돼야 할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임 차관의 진두지휘하에 산자부가 정부 부처 최초로 추진중인 행정혁신을 통한 고객감동행정체제 구축작업이 이른 시일내 좋은 결실을 맺길 기대해 본다.
<>약력
△45년생 △64년 서울고 졸업 △69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72∼73년 11회 행시합격, 문공부 행정사무관 △75∼82년 상공부 사무관 △84∼86년 미 예일대 경영대학원 △87∼93년 상공부 과장 △93∼94년 공업진흥청 품질관리국장 △94∼95년 미 예일대 경영대학원 객원연구원 △95∼96년 통상부 중소기업국장, 기초공업국장 △97∼98년 주일대사관 상무참사관 △98∼99년 산자부 자본재산업국장, 무역조사실장 △99∼2000년 특허청 차장 △2000∼2002년 특허청 청장△2002년∼현재 산자부 차관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