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죽지 않는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사장을 꿈꾼다. 하지만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대표이사까지 오르는 과정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만큼 힘들다. 대기업의 총수는 더욱 그렇다. 직장생활의 마지막 종착역인 사장에 머물지 않고 또 다시 새 출발을 각오한 별난(?) 사람들이 있다.
음용기 이노티브 사장(62)과 강세호 실버엔지니어링 사장(47)은 모든 직장인의 꿈인 대기업 대표까지 지낸 인물이다. 직장인으로서 이미 한 번의 신화를 이룬 것이다. 이들은 현재 조그만 벤처기업에서 또 다른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달라진 것이라면 이전에 이룬 신화는 개인적인 신화였지만 지금은 기업 차원에서의 신화다.
음용기 사장은 현대그룹내에서 가히 입지전적인 인물. 지난 64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해 87년 현대그룹 대표이사를 거쳐 현대미포조선·현대종합상사·현대리바트를 두루 맡아 왔다. 이어 지난 98년 현대중공업 고문으로 물러난 이후 이노티브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잠시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만난 베트남 엔지니어와 인연이 돼 이노티브를 설립했습니다. 정보기술 쪽에 별 다른 지식이 없는 제가 보더라고 충분한 사업성이 있어 의기투합하게 됐습니다.”
이노티브는 디지털 관련 압축기술 전문업체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압축, 필요한 부분을 실시간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해 볼 수 있다. 이 기술은 공중파 방송업체나 대용량의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취급하는 콘텐츠업체에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이노티브는 미국과 캐나다에 연구소를 두고 국내보다는 세계 시장을 활발히 개척하고 있다.
“나름대로 기업에 오래 있었다고 자부하지만 아직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이 무겁게 보이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팀장이나 실무 임원에게 모든 일을 맡기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직원들이 회사와 기술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어 이노티브의 미래는 밝습니다.”
강세호 사장 역시 인터넷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IT업계에서는 유명 인사로 통한다. 삼성SDS·한국소프트창업자문을 거쳐 인터넷 붐이 한창일 때 유니텔(현 삼성네트웍스) 대표를 맡았다. 당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터넷 전문가로 불리며 숱하게 간담회나 강연회에 초대될 정도로 국내 인터넷 업계의 내로라하는 오피니언 리더로 활약했다. 강 사장은 현재 헬스케어 전문회사인 실버엔지니링 대표다. 하지만 정작 구상하는 사업은 따로 있다.
“신기한 기술 정도로 여겼던 인터넷이 급속하게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보다 풍요롭고 윤택한 생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 역시 기술과 솔루션 위주에서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 사장은 이같은 나름의 시장 안목을 기초로 ‘하이테크 비즈니스 네트워크’라는 사업을 준비중이다. 건강·의료·복지에 관련한 첨단 기업을 모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생각이다. 이미 이 네트워크에는 국내 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 유수기업이나 대학과 연합해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할 계획이다. 강세호 사장은 지금까지의 비즈니스는 이번 사업을 위한 전초전이었다며 정말 하고 싶은 사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