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업체들 `포트폴리오 전략` 짜기 부심

네트워크 장비 등 산업용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에 주력해 온 주요 업체들이 세계 정보통신(IT)경기 불안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연초 예상됐던 세계 IT경기 회복시점이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지연될 것으로 점쳐짐에 따라 이수페타시스·심텍·대덕전자·LG전자·삼성전기 등 관련업체들은 고객다변화·품목다변화 등 포트폴리오 전략을 통해 실적을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이수페타시스(대표 김종택)는 20∼30%에 달하는 시스코시스템스의 매출비중을 줄이기 위해 하이닉스반도체 등 4∼5개의 새로운 대형 거래선과 접촉을 갖는 한편, 대미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본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등 시장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램버스 모듈용 PCB 기판을 개발해 양산에 들어가는 등 다양한 PCB 제품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텍(대표 전세호)도 50∼55%에 달하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매출비중을 낮추기 위해 신규거래선 발굴에 착수하는 등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비메모리반도체 소형 기판인 볼그리드어레이(BGA)·칩스케일패키지(CSP) 등의 매출비중을 현재 2%에서 연말까지 10%로 확대하고 이동전화용 빌드업기판 시장진출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해 메모리반도체 모듈 중심의 PCB 사업구조를 크게 개선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LG전자(대표 구자홍) DMC사업부는 20∼30%에 달하는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매출비중을 낮추고 이를 벌충하는 방안으로 다양한 EMS업체들과 상거래를 시도하는 등 고객 다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액정표시장치(LCD)용 PCB 생산라인을 풀가동, 판매물량을 늘려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의 매출비율을 점차 낮춘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 기판사업본부도 이동통신단말기 및 네트워크용 PCB가 사업본부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지만 더욱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위해 LCD용 PCB사업에 뛰어들기로 했고, 대덕전자(대표 김성기)는 삼성전자와 미국 노텔 등 양사의 매출 의존도(50∼60%)를 낮추기 위해 주니퍼 등 다양한 주 거래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코리아써키트(대표 송동효)는 사업고도화를 통한 매출증대를 시도, 주 거래선인 노키아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매출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올 3분기 통신장비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미국 등 IT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거의 소진됐던 산업용 PCB 재고물량이 다시 쌓이기 시작한 데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심텍의 오건 재무이사는 “전방산업의 경기시황에 따라 실적이 회복되고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PCB산업계의 현실“이라면서 “그렇지만 특정 업체와 특정 제품에 대한 매출비중을 낮추는 것은 산업계 및 사업 안정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