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LCD가 세계 최초로 5세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함에 따라 앞으로 전세계 TFT LCD 업체들간에 ‘5세대 전쟁’이 더욱 불을 뿜을 전망이다. 5세대 라인은 기판당 생산량을 기존 4세대에 비해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차세대 제조라인이다. 따라서 LG필립스가 포문을 엶에 따라 향후 TFT LCD 시장판도에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마치 반도체업계가 기존 200㎜ 웨이퍼 후속으로 300㎜ 웨이퍼 라인의 투자경쟁을 벌이는 것과 유사하다.
◇LG의 ‘독주’=LG는 지난 24일 5세대 라인 가동으로 당장에 삼성전자를 누르고 세계 최대 TFT LCD 업체로 올라섰다. LG의 규격은 1000×1200㎜로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의 현 4세대 라인(L4:730×920㎜)에 비해 2배 가량 생산성이 높아 삼성을 처음으로 제친 것.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부터 기판 투입능력 기준으로 LG가 세계시장 점유율 15.9%로 점유율 14.7%인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 등극이 확실시 된다.
LG는 특히 삼성과 대만업체들의 추격을 겨냥, 2단계(페이즈2) 5세대 설비투자에 착수, 올 3분기께는 추가로 월 3만장 규모의 5세대 라인을 추가 가동해 후발업체들과의 거리를 6개월 이상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여세를 몰아 5세대 전용 공장인 구미 제4공장의 최종 목표인 월 12만장(15인치 패널 기준 180만개) 규모의 설비투자를 내년 상반기중 완료, 독주체제를 더욱 굳힐 방침이다.
◇삼성의 ‘맞대응’=LG에 세계 1위를 내준 삼성은 자존심이 상한 상태. 그러나 삼성은 “비록 LG가 5세대 라인을 먼저 가동했지만 올들어 5세대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LG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삼성은 올해 반도체·LCD·이동전화 등의 ‘트리플 강세’에 힘입어 투자여력에서도 LG를 압도, ‘한번 해볼만 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삼성은 천안 5세대 전용 공장(L4)의 페이즈1 투자를 조기에 마무리해 라인 가동을 최대한 앞당기는 한편, 페이즈2 등 대대적인 후속 5세대 투자에 가속도를 낼 방침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끝은 앞서겠다’는 복안. 특히 기판 크기가 LG의 규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 페이즈3 이후 투자에서는 LG와의 격차를 좁혀 역전시킨다는 전략이다. 표참조
◇대만의 ‘추격’=TFT LCD 부문에서 한국의 최대 라이벌 대만업체들의 5세대 투자도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모니터업체 퀀타그룹의 계열사 퀀타디스플레이를 필두로 AUO·CPT·치메이·한스타 등이 5세대 설비투자를 공식화했으며 5세대에서 4.5세대로 방향을 선회한 대만의 일부업체들도 언제든 필요하면 5세대로 점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5세대 전쟁에서 대만이 한국을 추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만업체들은 생산경험이 짧고, 무엇보다 5세대 투자에서 한국에 1년 이상 뒤져, 잘해야 2003년 2분기 이후에나 양산이 가능하다. 결국 일본의 몰락으로 한국-대만의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세계 중대형 TFT LCD 시장의 맹주 자리는 5세대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LG와 삼성의 2파전으로 압축됐으며, 이에 따라 TFT LCD 분야에서 한국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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