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기술(BT)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BIT 전문인력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숭실대·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대학과 연구기관들은 최근 BIT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새로운 분야로 각광받으면서 관련 과를 신설하거나 연구팀 구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이를 전담할 전문인력이 없어 비상이 걸렸다.
KAIST는 오는 9월부터 바이오시스템학과의 석박사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5명의 교수는 확보했으나 내년 학부과정 개설을 위한 교수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KAIST는 10여명의 교수를 추가모집할 계획이나 마땅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외국대학에 재직 중인 재미 한국인을 겸직교수로 영입할 방안을 타진키로 했다.
이수형 학과장은 “국내 전문가를 구할 수 없어 MIT와 UC버클리 등의 교수들에게 방학을 이용해 파트타임으로 강의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외국인 교수를 적극적으로 초빙하고 있으나 해외에서도 인력 부족으로 한국에 와서 강의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생명정보학과를 신설한 숭실대도 교수를 구하지 못해 바이오벤처기업의 연구소장을 겸임교수로 임용할 계획이다. 또 숭실대는 BIT학과를 신설한 대학의 교수진을 공동활용하는 협동과정을 제안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세종대와 한양대도 각각 신기술 융합 분야와 분자시스템공학 및 생물정보학 전공 교수를 모집하고 있으나 지원자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BIT 관련 고급인력 부족현상은 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최근 바이오정보연구팀을 신설한 ETRI는 박사급 전문연구원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오는 7월 자체적으로 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1주일간 해외 전문가를 초빙해 생물학이나 정보공학 등 한 분야만 전공한 연구자에게 BIT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융합기술 연구자로 육성하려는 목적이다.
바이오정보연구팀 박선희 박사는 “해외에서 BIT 관련 전문연구원을 초빙하려면 최소 30만달러 이상의 고액연봉을 줘야 하는데 이런 연봉을 준다 해도 한국에 오려는 인력이 없다”며 “전세계적으로 BIT 관련 전문인력이 체계적으로 양성되지 않아 이 분야에 대한 인력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IT 전문인력 부족현상이 가속화하면서 N 박사와 K 박사 등 바이오인포매틱스와 바이오멤스 분야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전문가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고액연봉을 제시하는 등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BIT 관련 고급인력은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생물학이나 유전공학적 기반은 물론 생물학 정보를 데이터로 전환하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개념을 총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분야는 미국이나 독일 등 바이오 선진국에서도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어 일부 관심있는 학자를 중심으로 연구에 나서는 등 전세계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