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Product Liability)법 시행이 코앞에 닥쳐옴에 따라 병·의원 등 의료기관의 외산 선호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국산 의료기기의 내수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PL법이 시행되면 국내 병·의원들이 의료사고에 따른 병·의원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국산 의료기기를 구매하기보다는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빈번해질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국산품이 비록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안정성과 신뢰성 등이 낮다는 것을 이유로 병·의원들이 가뜩이나 사용을 꺼리는 현실에서 이번 PL법 도입은 그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등 산업에 미칠 부정적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최근 전국 124개 국·공립병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산 의료기기의 평균 사용률은 46%대에 머물렀으며 국산 제품 사용을 꺼리는 이유로 △성능과 신뢰성이 낮다(34%)와 △잔고장이 많다(25%) 등 제품 품질에 대한 하자 사항이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초음파영상진단기·X선영상진단기 등 영상장비에 비해 내수시장 기반이 취약한 수술기기·치료기기·생체신호계측기·인공장기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PL법 시행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의약품 자동주입기 생산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병원측에서 PL법이 시행되면 책임소재 규명에 따른 비용지출은 둘째치고 의료사고에 휘말려 병원 이미지가 추락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외산품을 구매하기로 결정, 성사 직전에 있던 납품건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이미 PL법을 시행중인 선진국 업체들에 내수시장을 완전히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업체 대부분이 PL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사고시 의료기기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보험사가 고가의 보험료를 책정하고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제품의 안정성을 의료기관에 입증하는 GMP(Good Manufacture Product) 인증업체도 4월 말 현재 881개 업체 중 단 14곳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PL법 시행에 앞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