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SK텔레콤의 메인프레임 기반 정보시스템은 과연 유닉스 기반의 오픈 환경으로 다운사이징될 것인가.
SK텔레콤의 차세대정보시스템 플랫폼 선정에 관한 컨설팅이 마무리됨에 따라 중대형컴퓨팅 업계를 비롯한 정보시스템 종사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컨설팅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유닉스 시스템 기반으로 개발된 KT 통합고객정보시스템(ICIS) 프로젝트 이후 국내에서 ‘메인프레임을 다운사이징하는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되는가 여부를 결정짓기 때문.
SK텔레콤 정보기술원(원장 박노철)측은 지난 24일 컨설팅업체인 PwC에 의뢰한 컨설팅 결과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SK텔레콤에 제출했다고 밝혀 그 결과가 이달중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SK텔레콤이 밝히는 향후 일정은 이달 말까지 플랫폼을 결정한 후 프로젝트 TF팀을 발족, 오는 연말까지 6개월 일정으로 기초 준비를 진행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정식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정보기술원 손재균 IT기획팀 부장은 “현업의 요구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전제로 “2년∼2년 6개월 정도의 개발기간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컨설팅의 핵심은 이미 세간에 알려져 있듯 차세대 정보시스템 플랫폼 환경에 대한 선택. 즉 지난 96년 IBM의 시스템390을 기반으로 재구축한 고객운영정보시스템(COIS) 및 빌링시스템의 개발 플랫폼을 종전의 메인프레임으로 유지할 것인지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할 것인지 여부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측은 “누구나 인정하듯 최적의 시스템을 선택할 것”이라는 아주 원론적인 답변만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측이 답변을 회피하는 이유는 이번 시스템 재구축 작업은 SK텔레콤 향후 몇년의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장담을 아무도 할 수 없다는 점이 SK텔레콤을 부담스럽게 한다. 전세계적으로 1600만명의 고객DB를 유닉스 환경에서 운영하고 있거나 더욱이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환경으로 다운사이징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 SK텔레콤의 고민이다. 그만큼 성공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외부에서 SK텔레콤의 최종 선택이 ‘이론적’인데 근거한 컨설팅 결과와 무관하게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SK텔레콤이 IBM의 ‘시스템390’에 기반해 구축돼 있던 COIS를 유닉스 환경으로 이전하는 작업은 지난 98년 한번 시도됐다. ‘nCOIS 프로젝트’ 이름으로 추진된 이 시도는 지난 96년 새로 구축된 COIS를 가동할 당시 혼란을 우려해 얼마 되지 않아 없었던 일로 돌아갔다.
또 현실성 측면에서 시스템의 개편이 인력재편과도 맞물려 있다는 것도 SK텔레콤의 부담이다. 전산 아웃소싱을 맡고 있는 SKC&C측의 지원과 협력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데 내부인력의 반발도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다. 또 유닉스를 선택할 경우 패키지 기반의 개발이 불가피한데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SK텔레콤 정보기술원의 분위기는 현재의 COIS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이다. 유지보수 비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시스템의 유연성(플렉서빌러티)을 고려할 때 메인프레임 환경은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다. SK텔레콤 내부 관계자는 “보고서에는 ‘상당폭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COIS와 별도로 이미 착수된 차세대 빌링시스템이 유닉스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빌링시스템은 IBM의 메인프레임으로 개발돼 있는데 이 시스템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한다는 것은 이미 SK텔레콤 정보시스템 환경이 오픈 환경으로 전환됐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차세대 빌링시스템은 다양한 고객 기반 서비스가 출현할 경우 고객DB 관리와 각종 서비스 연계가 필히 이뤄져야 하고 효율적인 고객DB 대응전략 측면에서 유닉스의 필요성이 강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의 메인프레임 환경을 구축한 한국IBM측은 “신세기통신과의 통합과정에서 COIS로 통합하고 시스템 환경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추진하자는 CEO의 의사결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만일 다운사이징을 한다 해도 현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한국IBM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