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미국의 올즈 모빌사가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기 이전까지 사람들은 자동차를 ‘말(馬)없는 마차(horseless carriage)’라고 불렀다. 자동차를 처음으로 본 사람들은 마차 속에다 말을 숨긴 것으로 알고 이리저리 살펴보기까지 했다. 말보다 수백배 강한 힘과 능력을 지닌 내연기관이 마차 속에 심어지면서 자동차라는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탄생한 것이다. 지금 지구 상에는 약 7억5000만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니고 있다.
PC가 아닌 칩과 같은 작은 컴퓨터를 사물 속에다 심는 유비쿼터스 혁명은 마차 속에다 내연기관이라는 새로운 말을 집어 넣어 ‘말없는 마차’ 혁명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유비쿼터스 혁명으로 인해 지구 전체는 머지않아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컴퓨터가 심어진 지능화된 사물’들로 뒤덮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물들은 자동차처럼 우리의 산업경제와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유비쿼터스 혁명은 물질공간과 전자공간이 최적의 상태로 결합된 제3공간을 창조하는 혁명이다. 유비쿼터스 혁명이 성공하면 인간은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자동차는 시끄러울 뿐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3공간의 지능화된 사물들은 자동차보다 사람 가까이에 있지만 조용할(calm & silent technology)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해준다.
국토공간은 지금 각종 제도피로증후군과 한계생산체감에 허덕이고 있다. 전자공간도 엽기·스펨메일·데이터스모그 등의 문제로 인해 물위의 기름처럼 겉돌고 있다. 따라서 전자공간과 물질공간의 기능을 상호 연계한 제3공간으로의 새로운 공간 개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제3공간의 기반을 구축하는 첫걸음은 온갖 사물들로 가득한 물질공간에 전자공간을 심는 작업이다. 물질공간 구석구석에 보다 많은 전자공간을 심음으로써 국토공간의 제3공간화, 즉 유비쿼터스 공간화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 유비쿼터스 공간화 밀도가 높아야 ‘u코리아’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고 산업경제나 일상생활에 대한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공간화 밀도를 높이려면 보다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제3공간의 기본 이념인 ‘5C Every’가 구현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컴퓨팅(Computing),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접속(Connectivity), 콘텐츠(Contents), 조용함(Calm) 등 5C의 구성 요소들이 시간(time), 장소(where), 네트워크(network), 미디어(media), 단말기(device)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방위성(Every)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는 데는 세가지 측면이 강조된다. 첫째, 물질공간을 구성하는 장소, 시설, 사물, 동·식물 등에 전자공간을 심는데 있어 부처나 행정구역의 경계를 초월해야 한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정부·산업경제·교육·환경·국방·치안 등 모든 기능의 유비쿼터스화가 필요한 것이다. 또 광역 지역 공간(시·도 등)이나 제한된 범위의 특정 공간(백화점·공원·시장·대형빌딩 등)은 물론, 사무실이나 집과 같은 아주 좁은 공간까지도 개별 기능에 특화된 유비쿼터스 공간화가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환경과 사물에 빠짐없이 전자공간을 심는 치밀함도 필요하다.
제3공간의 기본 이념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다. 물질공간에 전자공간을 심는 작업은 ‘5C Every’의 실현을 위해 보다 정교하고 통합적일 필요가 있다. 그만큼 기술적인 정교함과 실시간성·표준화·안전성·가격의 저렴성 등의 요건을 확보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이러한 조건을 확보하는 데는 향후 고집적화, 고속화, 저전력성을 실현할 나노기술과 정보기술의 결합이 크게 기여할 것이다.
체계적인 전략 아래 물질공간에 심어질 전자공간의 실체는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사물들 속에 컴퓨터와 같은 전자공간 요소를 집어넣어 지능화시키고 이들을 이음매 없는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제3공간의 가시성을 높이는 것이다. 물질공간에 심어질 요소들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 따라 더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당장 물질공간에 심을 수 있는 전자공간 요소들은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 무선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TAG, IPv6, MEMS, 그리고 센서와 칩, 배지 등이다.
임베디드 시스템은 컴퓨터 하드웨어(CPU 등)와 소프트웨어(실시간 운용체계 등)를 조합한 전자제어시스템으로 자동차나 컴퓨터, 가전, 특정 용도의 센서나 칩에 내장된다. 무선ID-TAG는 기존의 바코드 기능을 뛰어넘어 사물의 위치나 정보내용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무선으로 정보를 저장·입출력·공유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무선ID-TAG를 사물에 심고 이것을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사물 스스로 식별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사물의 인터넷(The Internet of Things)’이 되는 것이다.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는 제3공간에서 사물·사람·네트워크·단말기 등의 정체성과 위치, 네트워크 주소를 언제, 어디서나, 어떤 플랫폼에서도 일체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초소형정밀기계인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또한 사물이나 생물에 심어져 지능적으로 동작하고 정보처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요소들이 물리공간에 심어지고 브로드밴드·위성·모바일·무선랜 등 유비쿼터스 네트워크가 사물과 플랫폼, 단말기 등을 서로 연결하면 제3공간을 개발하는 기초가 마련되는 셈이다. 나무를 많이 심을수록 산이 푸르러지고 인간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듯이 앞으로 물질공간에 더 많은 전자공간을 심으면 심을수록 우리의 국토공간도 더욱 지능화되고 사회·경제적인 가치도 훨씬 커질 것이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 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국립청주과학대 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유비쿼터스 공간의 모습
돼지고기에 컴퓨터 칩이 심어지고 이 칩이 스스로 전자레인지의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최적의 상태로 요리를 한다. 스마트 센서가 달린 알약은 우리 몸속의 지정된 위치까지 정확하게 약을 운반해 준다. 냉장고가 남은 식품의 재고 상황을 파악해 쇼핑리스트를 만들고 스스로 주문하거나 TV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필요한 물품 광고를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직접 선택하도록 한다. 반경 10m내 지나가는 사람들 가운데 자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이성친구(일본의 경우 취미 등의 항목이 저장된 러버게티(lovegety)라는 배지를 달고 있어야 함)가 나타나면 배지들이 서로 신호를 보내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이같은 사례는 결코 공상과학영화 속의 얘기가 아니다. 이중에는 이미 상용화되고 있거나 실험 단계에 있는 사례들도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공간과 사물에 컴퓨터가 심어져 사물의 지능화가 가속화되면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들이다. 이 과정에서 사물에 심어진 칩 형태의 컴퓨터는 각종 네트워크를 통해 단말기로 연결되고 AR(Augmented Reality) 등 공간 형상화와 공간형태 변화의 인식(Context Awareness)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전지전능한 컴퓨팅(omni-computing)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가정에 있는 냉장고·세탁기·장난감·변기·애완동물 등은 물론이고 자동차·가로등·소화전·빌딩·도로&콘크리트 길바닥·도로 등 모든 생활 환경 속에는 전자공간이 심어지고 모든 객체가 지능화된 사물로 변화할 것이다. 개와 고양이는 물론이고 우리 몸속의 간, 폐, 관절 등 생명체도 예외는 아니다.
제3공간은 인간이 아무리 빠르게 자동차나 전철을 타고 공간을 이동해도 공간 속에 존재하거나 필요한 정보는 예외없이 실시간으로 인식, 감시, 추적할 수 있는 탁월한 기능을 지닌다. 이같은 기능을 통해 사람들은 전체 도시공간을 개인 공간에 맞춰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편집되지 않은 신선한 지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유비쿼터스가 구현되는 제3공간 속에는 완전히 새로운 생활공간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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