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분 매각 후 갈등관계에 놓여 있는 통신의 쌍두마차 KT와 SK텔레콤의 주가가 하락장세를 주도하며 나란히 뒷걸음질쳤다.
27일부터 기관과 개인투자자 배정 물량의 출회가 예상됐던 KT는 장초반부터 맥없는 주가레이스를 펼친 끝에 전날보다 2.65% 내린 5만5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또 KT의 최대주주 등극으로 지난주 후반부터 강세를 보였던 SK텔레콤의 주가도 이날 장후반 하락세로 반전, 전날보다 2.74% 내린 28만4000원으로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KT의 이날 주가 하락에 대해선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초반부터 개인보유 물량을 중심으로 매도 주문이 쌓이면서 매도 비중을 높여간 것이 주가 약세의 근본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기관투자가 등의 매물 압박이 크지 않은 데다 중장기 보유전략을 취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단기매물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시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날도 매물 형성이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하락폭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SK텔레콤의 이날 주가 하락에 대해서는 정통부의 무선데이터 통신요금 인하 방침 등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증시 내부의 투자심리 악화와 단기차익 실현 매물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SK텔레콤이 무선데이터 통신요금을 7월부터 인하하는 약관을 정통부로부터 승인받았다고 하더라도 매출 및 실적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선데이터 요금 인하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이용 확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요금 인하가 SK텔레콤의 실적에만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아니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단 SK텔레콤이 3일간의 상승세를 접고 이날 하락세로 방향을 돌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와 SK텔레콤간에 KT경영권 및 지분처리 방향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양종인 동원증권 연구원은 “정부 및 KT와 SK텔레콤간에 벌어지고 있는 신경전이 투자자의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SK텔레콤의 정확한 전략이 무엇이든 정부와의 갈등 상황은 주가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통신 대형주 가운데 SK텔레콤이 가장 확실한 주가상승을 보여준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주가하락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KT주가에 대해 양 연구원은 “단기적인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민영화 성공, 실적 등 향후 모멘텀 형성의 가능성을 충분히 안고 있는 만큼 이번 조정장을 오히려 저가매수 타이밍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