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KT의 지분매각 과정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반면 삼성전자는 KT의 지분인수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그동안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비해 열세를 보였던 시장구도를 뒤집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KT는 민영화를 계기로 장비구매에 있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LG전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삼성전자에는 이번 지분인수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통신장비시장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동통신장비 부문 사업=LG전자의 우세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동기 IMT2000 사업자인 KT아이컴이 상용서비스를 위해 도입을 추진중인 IMT2000 상용장비 공급업체 선정에서 LG전자의 우세를 예상하고 있다. 현재 KT아이컴은 삼성전자·LG전자·노텔네트웍스·에릭슨 4개사를 대상으로 기술협의(SDR)를 끝냄에 따라 지난주부터 최종 가격제안서를 접수하고 이번 주말이나 6월초까지 장비성능시험(BMT)과 SDR 결과를 토대로 평가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격산정이 가장 큰 선정요소로 고려될 전망이지만 민영화를 계기로 돈독해진 LG전자의 어드밴티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KT아이컴측은 국산장비 2개사와 외산장비 1개사를 선택한다는 방침이어서 LG전자의 낙점은 무난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시스템 분야에서도 앞으로 LG전자가 KTF에 장비공급이 가능해져 삼성전자가 주도해온 시장구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KT의 자회사인 KTF는 물론 SK텔레콤은 LG텔레콤과 계열사 관계인 LG전자의 장비도입을 기피해왔으나 LG전자가 이번에 KT와 전략적 투자자 관계를 맺음으로써 KTF에 이동통신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NGN 구축사업=LG전자는 현재 KT가 NGN 구축사업으로 진행중인 액세스 게이트웨이 구매입찰에서도 확실한 비교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서는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먼저 성능평가시험을 통과한 상태인데다 KT가 민영화 이후 LG전자의 장비를 우선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KT의 NGN 구축사업에서는 LG전자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KT NGN 구축사업의 향후 수년간 수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여서 이 부문에서 LG전자가 주도권을 장악할 경우 향후 시장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홈네트워크사업=우선 홈네트워크사업 부문의 공조를 들 수 있다. LG전자와 KT는 그동안 물밑협상을 진행해왔던 홈네트워크 사업부문에서의 협조체제 구축을 공식화하면서 앞으로 폭발적인 시장성장이 예상되는 홈네트워킹 시장을 공동으로 공략키로 했다. 이는 미래가전 및 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자 및 통신업체간 제휴의 본격 신호탄으로 풀이되지만 LG전자가 KT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전략적 파트너로 참가할 의사를 밝힌 후 이뤄진 첫 공동사업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두 회사의 사업은 KT가 자사의 초고속통신망(ADSL)에 LG전자가 개발한 홈네트워크 솔루션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두 회사는 내달초 경기도 분당의 KT 본사 홍보관과 LG전자의 서울 강남 하이플라자에 전시관을 마련해 대대적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파장 및 전망=LG전자는 이번 KT 지분인수를 발판으로 홈네트워크 사업과 NGN 구축사업, 이동통신 장비사업 등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국내 최대 통신장비 구매처인 KT와 KTF의 시장공략을 본격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회사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향후 통신장비시장의 1인자로 도약한다는 야심적인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차제에 삼성을 제치고 국내 1위 업체로서의 위치를 다진 다음 세계시장에서도 승부수를 던진다는 목표다.
그러나 삼성측의 반격도 예상할 수 있다. 삼성측은 지분참여에는 특별한 성의를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민영화를 반대하거나 방해한 어떤 의도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건이 악화돼 KT 지분참여에 못한 만큼 예전과 같이 장비구매와 입찰전에서 성능과 가격을 앞세우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KT의 지분인수는 그룹의 구조조정본부 차원에서 진행된 일로 삼성전자가 코멘트할 사항은 아니다”며 “KT가 앞으로 장비구매 과정에서 지분인수 참여를 감안해 LG전자와 삼성전자에 대해 정책적인 고려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대응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