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IT월드컵을 빛낼 인물들

 ‘세계 IT기업 거장들을 한국에서’

 이번 월드컵 기간동안 내로라하는 세계 정보기술(IT) 산업계의 대표들이 방한해 개막식과 세계 최강 대표팀의 명경기 관람은 물론, 명성에 걸맞은 비즈니스 외교를 펼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SK·LG 등 대기업이 비즈니스 관계나 친분이 있는 IT기업 CEO들을 대거 초청한 데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정부도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해외 경영진을 초대, ‘월드컵 비즈니스’를 펼친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소니·JVC·페어차일드·사이베이스·알테라·필립스 등 한국에 법인을 둔 IT기업 CEO들은 이번 월드컵 기간 중 방한, 한국 내 직원을 격려하고 주요 고객을 만나 ‘월드컵 효과’를 톡톡히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방한 인물은 소니의 이시다 요시히사 사장, 델컴퓨터의 케빈 롤린스 사장, 후지쯔의 오카다 하루키 사장, 마쓰시타전기의 마쓰시타 마사유키 회장,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등.

 삼성그룹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하게 될 이들은 이건희 회장과 윤종용 부회장 등을 만나고 주요 경기도 함께 관람할 계획이다. 총 25개국 800여명을 초청한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직접 제주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투숙, VIP고객을 모실 채비를 점검하는 등 만전의 준비를 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 통신서비스업체인 스프린트의 CEO와 대표적 전자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 사장, 미쓰비시 경영진 등의 초청을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의 초청으로 한국에 오는 독일 BMW의 헬무트 판게 회장을 비롯, 필립스의 제라드 클라이스터레이 회장을 내방해 월드컵 경기 관람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구자홍 부회장 등 LG전자 경영진은 브라질 통신회사 텔레에스프의 카를로스 회장을 비롯, 미국 통신회사 AT&T와 유럽 및 남미 통신회사인 텔레포니카 등 주요 거래업체의 고위관계자들을 초청했다. 이외에도 중국 신식산업부·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 등의 VIP 100여명을 초청, 중국·터키전을 함께 관람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SK는 월드컵을 VIP 만남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아래 이미 스카이박스 등 별도 좌석을 확보해뒀고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회장은 중국 정부인사와 통신 및 에너지, 화학업계 인사를 대거 초청했다.

 일본 전자 CEO들의 방한도 눈에 띈다. 공동 개최국인 만큼 개막식은 한국에서 폐막식은 일본에서 공동 비즈니스를 펼치자는 것.

 이번 월드컵 공식 IT파트너인 도시바는 니시다 아쓰토시 디지털미디어부문 사장을 비롯, 오카무라 타다시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대거 방한해 개막식은 물론 도시바가 주관하는 한일공동 월드컵 프로모션 행사를 둘러볼 예정이다.

 올림퍼스광학 역시 고미아 히로시 영상사업부 그룹장과 고지아 유스케 부사장 등이 건너와 자사 프로모션 행사인 ‘슈팅 코리아 페스티벌’에 참석할 예정이며 데라다 마사히코 JVC CEO는 한국지사 설립 이후 처음 방한, 삼성전자·LG전자 등을 방문하고 한국법인을 둘러보기로 했다.

 월드컵 공식후원업체인 어바이어는 이번 월드컵에 본사 경영진을 총 출동한다. 월드컵 총책을 맡고 있는 폴 마이어 부사장과 데이비드 존슨 최고운영책임자(COO), 마크 리 아태담당 사장 등이 개막전 관람을 위해 방한한다. 또 도널드 피터슨 CEO와 게리 마크콰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준결승전에 맞춰 방한할 계획이다.

 정부가 마련한 ‘인베스트 코리아 위크’ 행사의 일환으로 한국외국기업협회가 마련한 ‘2002 서울 투자 포럼’에는 헬무트 판게 BMW그룹 회장을 비롯, 데이비드 홀린 델파이 오토모티브 부회장, 올리비아 바바로 비벤디 워터 사장 등이 참석해 글로벌기업의 다국적 투자전략과 한국의 경제 환경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올랜드 아얄라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 커크 폰드 페어차일드 회장, 히라드 클라이스터레이 로열필립스 회장, 게리 앤더슨 다우코닝 회장, 요한 반 스플런트 필립스 AP 사장, 마크 왕 사이베이스 AP 사장 등도 이번 월드컵 기간중에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이 사람을 주목하라-뉴로스 김승우사장  

 30일 월드컵 전야제에서 유독 시청자의 눈길을 끈 이벤트가 있었다.

 역대 월드컵 축구스타들과 세계각국 청소년이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새 11마리를 하늘로 날려보내고 관중은 3만개의 청사초롱을 흔들며 화답하는 멋진 장면이 펼쳐졌다. 이 평화의 새는 그동안 대형행사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던 비둘기가 아니라 로봇새(사이버드)다. 그것도 국산기술로 제작한 로봇새다.

 전세계인이 쳐다보는 가운데 한국의 로봇기술을 과시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뉴로스의 김승우 사장이다.

 “수억년의 진화로 검증된 비행모델인 새와 곤충의 날갯짓은 기존 고정익 비행기나 헬기보다 여러 장점이 많습니다.” 김승우 사장이 개발한 사이버드는 날개를 펄럭여 공중에 뜨며 자유로운 방향전환과 고도조정이 가능하다.

 김 사장은 본래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항공공학 박사학위까지 받고 비행기 엔진을 개발해온 항공엔지니어다. 그가 현재 이끄는 대전의 벤처기업 뉴로스는 주력사업이 발전소용 가스터빈인데 학창시절부터 꿈꿔온 자신만의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희망을 실현시킨 것이다.

 이번 월드컵 전야제 행사에서 세계인에 인상적으로 데뷔한 사이버드의 편대비행을 계기로 뉴로스는 가스터빈 제작업체보다 로봇새 전문업체로 더 유명세를 타게 됐다.

 ‘사이버드’는 이미 홍콩과 뉴욕 등 최근 열린 토이로봇 전시회에서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며 격찬을 받았다. “궁극적인 목표는 15㎝ 정도 크기에 30분 이상 날아가는 초소형 비행체(MAV:Micro Air Vehicle)입니다. 사이버드는 아직 덩치가 좀 크긴 하지만 토이로봇으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사장은 사이버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만큼 개발과정에서 고생도 많았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런 기초자료 없이 무작정 설계하면서 수없이 많은 로봇새를 땅에 처박은 끝에 완성품이 나온 것이다. 실제 사이버드의 비행연습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수난을 겪기도 했다. 시험비행 도중 진짜 새로 착각한 다른 새들이 달려들어 부리로 쪼는 불상사도 겪었다.

 사이버드는 날개와 날개 사이가 1m에 달하며 무선리모컨으로 조종하는데 15∼20㎞ 정도의 비행속도로 반경 200∼300m를 날아다니고 매처럼 급강하 비행도 가능하다.

 특히 이번 월드컵 전야제 행사에서는 11마리의 사이버드를 한꺼번에 날리는 과정에서 무선조정 주파수대역이 서로 혼선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혹시라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이버드가 편대비행중 떨어질까 노심초사했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연습과정을 거쳐 전야제에서 사이버드의 우아한 비상은 성공리에 끝났다.

 월드컵을 계기로 천재일우의 마케팅 기회를 얻은 김 사장은 향후 사이버드의 세계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우선 7월부터 사이버드를 시중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머지 않아 날개를 퍼덕이는 사이버드가 산불감시, 사고현장 통제 등에 이용될 정도로 성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새에 대한 그의 꿈은 끝이 없다. 그는 사이버드에 적용된 날갯짓 비행원리를 이용해 사람이 타고 날아다니는 개인 로봇비행체도 구상중이다.

 “사람들은 덩치가 크면 날갯짓 비행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쉬워요. 길이 6, 7m의 날개를 퍼덕이는 데 필요한 동력원만 확보하면 성인 한 사람이 올라타는 비행로봇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자세조정은 컴퓨터로 할 수 있구요.” 김 사장의 소망은 마치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다가 바다로 떨어졌다는 이카루스의 전설처럼 들린다. 하지만 월드컵을 통해 입증된 뉴로스의 비행로봇기술은 날개달린 유인 비행체를 불과 몇 년 안에 실제로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월드컵 전야제서 축시 낭송한 귄터 그라스  

 30일 월드컵 전야제에서 축시 ‘밤의 경기장’을 낭송한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75). 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라스는 이번 월드컵을 축하하기 위해 자신의 시집중 축구와 관련된 것을 골라 직접 소개했다.

 그는 최근 신작 ‘게걸음으로 가다’를 통해 나치의 극우적인 사고가 얼마나 많은 인명학살로 연결됐는지, 현재 독일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나치즘에 대한 경고를 제언해 화제를 모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어났던 ‘빌헬름 구스틀로프호 침몰 참사’를 다룬 이 저서는 당시 동프로이센과 포머른(현재 폴란드)에 살던 독일인들이 독일로 피난가기 위해 발트해의 고텐항에서 구스틀로프호를 탔으나 소련 어뢰정에 의해 침몰돼 약 7000명이 수장된 사건을 다뤘다.

 전쟁의 아픔을 지적한 이 책은 동시대에 비슷한 사건을 겪어야 했던 한국인에게 잔잔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라스는 또 29일 중앙대학교에서 ‘한-독 학술 심포지엄: 한국과 독일의 통일을 위한 문화정책의 역할’에 참석, ‘독일 통일의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라스는 이 강연에서 “상대적 약자를 최대한 고려해 신중하게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며 통일과정에서 개인이 받을 상처를 최소화하도록 노력을 기울이도록 제언하기도 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