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체인 디오시스가 대주주인 삼보정보통신(대표 강웅철)이 현대멀티캡 지분의 10.1%를 매입, 최대 주주로 부상함으로써 국내 PC업계에도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HP가 컴팩과의 합병을 마치는 등 침체된 세계 PC시장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한 대형 PC업체간 구조개편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이번 삼보정보통신의 현대멀티캡 지분인수로 국내에도 PC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작될지 PC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보정보통신은 28일 현대멀티캡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회사 지분 162만주(10.1%)를 장내 매입, 최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대멀티캡 최대 주주인 최병진 사장의 지분율은 약 3.7%였지만 삼보정보통신이 10.1%를 보유함으로써 대주주 지위를 획득, 향후 추가매입을 통해 지분을 늘려 나갈 방침이다.
강웅철 삼보정보통신 사장은 “국내 PC시장이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기업들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어 수익률이 악화되는 등 공멸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현대멀티캡의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삼보정보통신·디오시스·현대멀티캡 등 3사간 관련사업 조정, 신규사업 진행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대멀티캡의 지분 인수는 PC업계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일부 PC 업체들과도 M&A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사장은 그러나 “당분간 현대멀티캡의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의 변화를 모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대멀티캡 최병진 사장과 협의해 현대멀티캡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디오시스는 올초 컴퓨터 주변기기 및 멀티미디어 생산회사인 삼보정보통신의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디오시스가 현대멀티캡의 대주주로 부상함에 따라 디오시스는 현대멀티캡의 PC 제조공장을 확보, 월 8000대의 PC생산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됐으며 LCD모니터 제조시설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LCD모니터를 제조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보정보통신이 현대멀티캡을 인수함으로써 얻는 것은 제조시설을 자체적으로 마련한다는 것 외에는 없다”며 “현대멀티캡이 지난해 32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1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경영적으로는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PC업계가 구조조정 효과를 보려면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 중심으로 M&A가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적인 이익을 노리고 들어간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