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및 외국인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지수들이 잇따라 조정될 예정임에 따라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31일 장 마감 후부터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가 기존 시가총액 방식에서 유통주식수 기준으로 변경·적용될 예정이며, 다음달 24일부터는 영국의 유력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 런던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FTSE가 자체 산정하는 FTSE 아시아태평양지수의 구성 종목 및 비중이 조정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다음달 14일 코스피200 지수의 산출 기준이 변경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각각의 지수 변경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는 만큼 파급효과를 일률적으로 분석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다만 펀더멘털이 아닌 수급상 변화만 예상되기 때문에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시장의 변화를 예상한 지수 변경이 아닌 시장의 변화를 수용한 변경이기 때문에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MSCI지수=MSCI지수는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80∼90%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시장의 관심이 높다. 그동안 시가총액 방식으로 지수를 구성했으나 외국인 지분 제한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기준만큼 편입하지 못하는 폐단이 발생해 대주주 지분이나 상호 출자 지분, 정부 지분 등을 제외한 실제 유통 주식수 기준으로 지수 산정방식이 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는 이머징마켓(신흥시장)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0.2%포인트, 1.0%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KTF도 기존 1.0%에서 2.2%로 1.2%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텔레콤의 편입 비중은 9.1%에서 6.2%로 2.9%포인트나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11월말 갑작스러운 변경에 따른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비중 변화분의 절반을 반영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작년 11월 말 1차적으로 지수가 변경됐기 때문에 이번 2차 변경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변경이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머징마켓에서의 한국 비중은 늘어나고, 글로벌마켓에서의 비중은 줄어들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투자패턴이 매수와 매도 중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FTSE지수=전세계 증시에서 4500∼5000개 종목을 포괄하고 있는 FTSE는 지난해 6월 지수 산정기준을 당초 기업의 모든 상장주식을 반영하던 방식에서 시장의 실제 유통 물량만을 반영하는 쪽으로 변경했다. 따라서 지수 산정방식에는 변화가 없고 구성 종목 및 비중 변화만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산정기준 변경시 편입되는 한국 기업수가 28개에서 35개로 늘어나고, 지수내 비중도 14.31%에서 14.64%로 증가하게 된다. 신규 편입되는 기업은 비정보기술 8개사며, 제외되는 종목은 삼성전자 우선주다.
FTSE지수 변경은 한국 비중이 늘어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벤치마킹하는 투자자가 적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전망이다.
◇코스피200지수=코스피200지수에서 우선주가 제외된다. 그동안 시장 관계자들이 언급하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이 서로 달랐던 이유는 바로 코스피200지수에 삼성전자 우선주가 보통주 가격으로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선주가 제외됨으로써 지수내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줄고 상대적으로 SK텔레콤과 KT의 비중은 늘어날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변경으로 코스피200지수의 시장 대표성을 확보하고 현·선물 연계 거래시 추적오차(트래킹 에러)가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기관들이 이번 트리플위칭데이까지 약 1조원에 달하는 매수차익거래 잔고를 청산할 것으로 보여 주가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현재 현물시장을 프로그램 매매가 쥐락펴락하고 있는 상황도 이러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기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트리플위칭데이 이전에 매수포지션 청산기회가 발생할 경우 시장에서의 대량 매물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는 기술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주가가 하락한다면 우량 대형주의 매수 기회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